설교

누가복음 강해 (38) 누가복음 22:63-23:25

따뜻한 진리 2022. 4. 17. 19:57

누가복음 22:63-23:25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어둔 밤에 예수님이 잡히셨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유대인들의 최고 회의인 산헤드린 공회가 소집되었습니다. 그 회의는 줄곧 예수님을 죽이려 했던 종교지도자들 즉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예수님을 신성모독죄로 죽이려고 말을 다 맞춰놓았기 때문에 예수님의 입에서 그쪽으로 몰아갈 만한 말이 나오기만을 기대하며 성급하게 심문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네가 그리스도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리스도는 기름 부음을 받았다는 뜻이고, 하나님이 보낸 구원자인 메시아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공개적으로 자신을 그리스도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라고 대답했을 때 예수님은 자신이 그리스도인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분명 자신이 메시아라고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예수님의 사역과 가르침을 경험하면 그분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께 그리스도, 메시아냐고 질문한 것은 예수님이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로 드러내고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을 통해 자신들의 죄가 드러나기 때문에 예수를 괘씸하게 여기기만 했지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부패한 사법기관이나 지도자들에 대해 국민들이 아무리 정당한 비판을 해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비판하는 자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처럼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하기보다 예수님을 제거하려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그런 속을 다 알고 계셨기에 그들의 질문에 대해 ‘내가 너희에게 말해도 너희는 믿지 않을 것이고, 내가 너희에게 물어보아도 너희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이제부터는 인자가 전능하신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당장은 그들이 예수님을 심판해서 죽이는 것 같지만 진짜 심판자는 하나님 곁에 앉으실 예수님 자신임을 암시하셨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은 그 말씀의 뜻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너희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입으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대답하시지 않으셨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고 결론을 내리고 예수님을 이제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습니다.

 

    빌라도는 로마 총독이었기 때문에 종교지도자들은 예수가 로마에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려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가 황제에게 내는 세금을 거절했고, 자기가 왕이라고 주장하면서 로마 황제를 모독했다고 고발했습니다. 빌라도는 예수에게 죄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를 잡아 온 유대 종교지도자들이 어떻게든 예수를 죽이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죄 없는 예수에게 사형 판결을 내려야 하는 책임을 피하려고 유대 지역의 왕이었던 헤롯에게로 예수를 보냈습니다.

 

    헤롯은 로마정권 아래에서 자신이 허수아비 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왕으로서 자기 백성들에게 일어난 일을 공정하게 다루고 결정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재미와 오락거리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헤롯은 예수를 만나면 신기한 기적이나 보여달라고 말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 헤롯이 예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옆에 있던 종교지도자들도 예수에 대해 고소를 했지만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헤롯은 예수님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조롱하고 모욕하다가 다시 빌라도에게 보냈습니다.

 

    빌라도는 결국 자기가 예수의 죽음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곤란해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를 사형시킬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면서 그저 고통스럽게 몇 대 때린 후 놓아주겠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예수를 죽이라고 소리쳤습니다. 빌라도는 세 번이나 예수를 살릴 기회를 마련해 보았지만 사람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고 부르짖었습니다. 결국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에 죽이도록 유대인들에게 맡겼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예수님을 죽이려 한 종교지도자들 뿐 아니라 예수님을 조롱한 헤롯, 그리고 예수님이 죄가 없는 분임을 알면서도 자기 이익을 위해 양심을 죽인 빌라도 역시 예수님을 죽이는 일에 협조한 것입니다.

 

    유대 지도자들은 어떻게든 죄 없는 예수님을 죽이려 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에게서 어떤 대단한 죄를 발견해서 고소한 것 같지만 빌라도와 헤롯 사이를 오가는 중에 일어난 일들이 말하는 것은 예수님께는 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 그들이 예수님을 죽인 방법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유대인들은 십자가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예수를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율법을 어기고,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자들은 돌로 쳐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간음한 여인을 죽이려 했던 것처럼, 또 스데반을 실제로 죽였던 것처럼 예수님께도 돌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일부러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것입니다. 세상 악한 지도자들이 자기한테 반항하는 자들을 죽인 후 그 시신을 높은데 매달아 두어 모두가 두려워하게 만들고, 감히 반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그들은 예수를 높은 곳에 매달아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려 했습니다. 자신들이 예수에 의해 모욕당한 것을 갚아주고, 수치스럽게 된 자신들의 지도력을 회복하려고 대중 앞에 가장 치욕스런 십자가형으로 죽이려 한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죄인으로 몰아갔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죄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십자가에 죽인 분은 가장 선하신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구약 제사에서 흠 없는 양을 제단에서 죽이는 일이 그 제물을 드리는 자의 죄를 시인하는 일이었듯 그들이 죄 없는 예수님을 다룬 방식은 자신들이 사악한 죄인임을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린 예수를 심판한 것 같았지만 실상 자신들에 대한 심판을 예고하는 일을 한 것이고, 그들이 예수님을 조롱당하도록 십자가에 높이 달았지만 결국 예수님이 자신들을 심판하시는 높으신 분이심을 드러내는 일을 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드러나듯 예수님은 아무 죄 없이 죄인이 되셨습니다. 죄 없으신 예수님이 죄인이 되신 것은 바로 우리의 죄를 위해서 죽으셔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단지 악한 권력자들에게 당한 선량한 희생자가 아니라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본문의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유도심문을 하기 위해 예수님께 네가 그리스도냐, 유대인의 왕이냐고 물었지만 예수님은 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죽으시기 위해 그 대답을 하지 않으셨지만, 예수님 때문에 살게 된 우리는 그 대답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죽인 권력자들과 같은 이 세상 앞에서 예수님이 우리의 왕이시고, 그리스도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는 분이라고, 유대인의 왕일 뿐 아니라 세상의 왕이시라고 대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