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창세기 강해 (24) 창세기 14:1-24

따뜻한 진리 2022. 10. 16. 22:28

창세기 14:1-24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본문에서 아브라함은 롯을 구출하기 위해 전쟁을 치릅니다. 이 전쟁은 엘람왕 그돌라오멜의 연합군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그돌라오멜은 아브람이 있던 곳에서 동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곳, 나중에 바벨론의 중심지가 되는 지역의 왕이었습니다. 그돌라오멜은 그 먼 가나안 지역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고, 그 다스림 아래 있었던 나라들은 그돌라오멜에게 조공 즉 세금이나 선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4절을 보면 그 다스림 아래 있던 나라들이 12년 동안은 조공을 잘 바치다가 점점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자 그돌라오멜은 그런 나라들이 말을 잘 듣도록 주변의 세 나라와 연합군을 만들어서 가까운 나라들부터 정복하면서 점점 가나안에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자 소돔 왕은 고모라를 포함한 주변 네 나라와 힘을 합쳐 동쪽에서 오는 그돌라오멜 연합군을 상대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전투가 일어나자 소돔과 고모라 연합군은 도망치다가 끈적이는 역청구덩이에 빠지고 전투력을 상실합니다. 기회를 얻은 그돌라오멜의 군대는 손쉽게 소돔과 고모라의 성읍들을 공격해서 그 백성들과 재물과 식량을 모두 빼앗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끌려간 사람들 중에 아브람의 조카 롯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브람은 자기가 있던 지역의 세 부족과 연합군을 만들어 그돌라오멜의 군대를 밤에 기습 공격하고 롯의 가족과 함께 소돔과 고모라의 백성들과 재산을 도로 찾아오게 됩니다.

 

    아브람이 이 전투에서 돌아올 때 두 사람을 만나는데, 한 사람은 살렘 왕 멜기세덱이고 다른 한 사람은 소돔 왕입니다. 먼저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아브람을 맞이했습니다. 본문은 멜기세덱을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고 소개합니다. 당시에 아브람 말고도 하나님을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멜기세덱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복을 주시기를 구했습니다. 아브람은 전투에서 얻은 것 중 십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어서 자신의 승리가 하나님의 은혜로 이뤄진 것임을 고백했습니다. 멜기세덱은 참 신비로운 인물입니다. 시편 110편 4절을 보면 다윗은 예수님이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 되실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또 신약의 히브리서는 방금 말한 다윗의 시편을 인용하는데, 특히 6장 20절을 보면 "그리로 앞서 가신 예수께서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라 영원히 대제사장이 되어 우리를 위하여 들어가셨느니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예수님이 멜기세덱의 반차, 또 서열을 따라 영원한 대제사장이 되신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원래 제사장은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열두 지파 중 레위 지파의 사람들이 담당하도록 하나님이 지시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멜기세덱을 따라 영원한 대제사장이 되신다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혈통을 초월한 영원한 대제사장이 되신다는 것을 말합니다. 또 멜기세덱이 대제사장일 뿐 아니라 살렘이라는 곳의 왕이었다는 것과 출신이나 이력 등을 알 수 없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제사장이란 것은 예수님이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어떤 배경을 가지고 오신 것이 아닌 하늘에서 오신, 하나님이 보내신 대제사장이시자 왕이신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멜기세덱은 예수 그리스도를 예고하는 인물입니다.

 

    아브람은 멜기세덱을 만난 다음 이어서 소돔 왕을 만납니다. 소돔 왕은 아브람이 되찾아 온 자기 백성들과 재산 중에서 백성들만 자기에게 돌려주고, 재산은 아브람이 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아브람이 소돔의 백성과 재물을 되찾았으므로 그 전리품의 권한은 아브람에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의 13장 14절이 "소돔 사람은 여호와 앞에 악하면 큰 죄인이었더라"라고 말하듯 그들은 악해서 소돔 왕은 아브람이 당연히 차지할 권리가 있는 승전물을 자기가 허락해 주는 것처럼 거만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람은 여호와께 맹세를 하면서 소돔의 백성들과 재산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단 아브람은 자신을 도와 함께 전투에 참여한 아모리의 세 부족 사람들에게는 되찾은 전리품 중 일부로 수고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나머지는 모두 소돔 왕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아브람은 자신이 소돔 왕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브람은 소돔 왕이 영광스러워지게 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브람은 어느 한 쪽을 편들 수 없는 악한 세력들 틈에서 롯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좋은 나라들이라서 아브람이 그의 백성을 되찾아 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악했습니다. 아브람은 단지 롯을 되찾으려 한 것입니다. 아브람은 롯을 여전히 아끼고 사랑했던 것입니다. 롯이 자기 이익을 따라 보기 좋은 환경을 선택해 떠났지만 아브람은 롯을 미워하거나 그의 위기를 방관하지 않고, 자기 생명처럼 여기고 구출했습니다. 롯은 아브람 덕분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브람을 도와 전투에 참여한 아모리 사람들은 헌신한 대가로 전리품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축복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복 주시고, 저주하는 자는 저주하신다는 말씀이 이뤄진 한 사례입니다. 아브람 덕분에 롯도 아모리 족속도 복을 얻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람 주변 사람들이 복을 얻게 하셨습니다.

 

    다음으로 본문에서 아브람이 소돔 왕을 만나기 전 멜기세덱을 먼저 만난 것이 중요합니다. 아브람이 멜기세덱을 만난 것은 아브람의 믿음에 자극을 주고 성숙하게 했습니다. 그돌라오멜과의 전투 결과를 두고 아브람은 자신이 얻은 승리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누구에게 공로를 돌리고 감사해야 하는지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브람은 십분의 일을 통해 전투의 승리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고백했고, 뒤이어 만난 소돔 왕에게 영광이 돌아가지 않게 했습니다. 멜기세덱 덕분에 아브람은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만약 아브람이 소돔 왕을 먼저 만났다면 그런 결정을 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브람이 전투에서 이긴 것도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였지만 그 승리에 대한 감사를 먼저 하나님께 표현할 수 있게 만든 멜기세덱과의 만남도 은혜였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만나거나 사람을 만나서 반응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일에는 그 직전에 어떤 말을 들었는가, 누구를 만났는가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한순간 하나님을 향해 뜨거웠어도 경건치 못한 삶을 살면 차츰 세상 사람들과 같이 반응하고 결정하게 됩니다. 우리의 감정과 믿음과 판단과 의지는 끊임없이 은혜를 공급받아야 하나님을 드러내고 높이는 일을 잘 감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인생에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을 성도답게 잘 감당하려면 우리는 경건을 위해 날마다 부지런히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그런 부지런한 신앙생활이 있기 바랍니다. 나아가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멜기세덱을 보내주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바른 신앙의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의도치 않은 교훈을 들을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 하나님께는 영광을 돌리고, 악한 것들을 잘 거절할 수 있는 은혜가 있기 원합니다. 바라기는 우리 서로가 그런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또 우리의 예배가 멜기세덱이 아브람을 만난 것처럼 우리를 하나님 앞에 바로 세우는 시간 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