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창세기 강해 (22) 창세기 12:10-20

따뜻한 진리 2022. 10. 2. 17:53

창세기 12:10-20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큰 민족과 땅과 명예를 약속하셨습니다. 아브람은 하나님이 지시하신 그 가나안 땅에 도착했지만 당장 그곳이 아브람의 것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땅에 흉년이 들고 음식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아브람은 애굽으로 옮겨갔습니다. 이렇게 아브람이 가나안 땅을 떠나 애굽에 갔다가 돌아온 일은 나중에 등장할 아브람의 후손 이스라엘 민족이 겪을 일에 대한 예표입니다. 아브람이 겪은 일은 이스라엘이 겪을 일을 미리 보여줍니다. 아브람이 기근 때문에 애굽에 갔다가 어려움을 겪지만 하나님께서 애굽에 재앙을 내리시고 아브람은 많은 재물을 얻어서 애굽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는 나중에 야곱 때 흉년이 들어 식량을 구하러 애굽에 갔다가 요셉 덕분에 정착하게 되고, 큰 민족이 되지만 종살이를 하며 핍박을 당하게 되고, 하나님께서 애굽에 재앙을 내리셔서 바로를 꺾으시고, 애굽 사람들이 준 금은보화를 들고 출애굽 한 이스라엘의 경험과 아주 유사합니다.

 

    본문에서 아브람은 가나안에 거의 도착할 때쯤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 사래의 외모가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11절을 보면 아브람은 자신과 사래가 부부관계인 것을 애굽 사람들이 알게 되면 자기를 죽이고 사래를 데리고 갈 것이기 때문에 아내에게 자기 여동생이라고 말하라고 미리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브람과 사래 사이는 실제 사촌 관계였습니다. 그것이 사실이었다 해도, 아브람은 아내를 보호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람은 자신이 살기 위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 당시는 처녀뿐 아니라 남편이 있는 여자라도 힘 있는 자들이 빼앗는 시대였습니다. 그런 일이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덜 하지만 과거에는 여자의 인권은 존중되지 않을 뿐 아니라 권력을 가진 남자가 누군가의 여자를 빼앗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다윗도 그런 죄를 저지른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아브람은 그런 시대의 악함에 맞설 힘도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브람은 살기 위해 그런 환경 속에서 아내를 이용했습니다.

 

    애굽에 도착한 후 예상대로 그곳에는 사래에 대한 소문이 돌았고, 결국 바로의 관리들이 사래를 바로 왕의 여자로 삼으려고 데려가게 됩니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났을 때가 75세였고, 창세기 17장 17절에서 아브람과 사래의 나이 차이가 열 살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애굽에서 사래의 나이는 최소 65세 이상이었습니다. 어떻게 60대의 여자를 예쁘다고 데려갈 수 있는지 우리는 의아할 수 있지만 이 당시 인간 수명을 이백 세 전후인 것으로 성경이 말하고 있기 때문에 60대의 사래는 지금의 30대 여자의 신체상태와 유사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애굽 왕은 사래를 데려간 대신 아브람에게 많은 가축과 노예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아브람의 아내를 가지려 했던 바로의 집안에 질병을 재앙으로 내리셨습니다. 바로는 아브람을 불러서 왜 거짓말을 했냐고 화를 내면서 사래를 돌려보냈습니다. 아브람은 아내도 되찾고, 많은 선물도 얻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복을 더하셨습니다. 아브람이 많은 재산으로 부유해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은혜를 베푸셨다는 것은 아브람의 잘못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브람이 바로에게서 얻은 선물은 조카 롯과의 다툼을 일으키는 이유가 되었을 뿐 아니라 나중에 이스마엘을 낳는 여종 하갈이 들어오는 계기가 됩니다. 21장 9절을 보면 하갈을 애굽 여인이라고 밝히는데, 그녀는 본문 12장 16절에서 바로가 선물로 준 노예들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아브람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복을 더하셨지만 아브람의 잘못이 그의 인생에 분명 고통스런 영향을 끼쳤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아브람은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에 이끌려 가나안으로 갔지만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약속의 땅에 머무르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또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아내와의 관계를 속여 거짓말을 하고, 아내를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아브람은 자기 아내도 그 언약 속에 포함되어 있는지 몰랐을 것입니다. 아브람은 사래를 포기하고 다른 여자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약속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여종을 통해서 아이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 자신만 언약을 잘 지키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브람은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아내도 지키지 못합니다. 그의 아내 사래를 지킨 자는 하나님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약속하신 많은 후손 중 첫 열매인 이삭을 다른 여자가 아닌 사래를 통해서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람과 언약을 맺으신 것 같지만 그의 가정이 그 언약에 속해 있었습니다. 아담에게 있어서 하와가 돕는 배필이었듯, 아브람에게 있어서 사래가 돕는 배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람과 사래의 혼인관계를 보호하셨습니다. 그것을 깨뜨리려는 바로 왕을 막으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브람의 믿음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그는 굶주림이라는 현실 속에서 목숨을 다해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에 머물지 못했습니다. 또 그가 자기 생존을 위해 아내를 도구처럼 다룬 것은 악한 것이었습니다. 아브람의 이름이 창대해지고, 영광스러워지기보다 이방신을 믿는 바로왕 앞에서 거짓말쟁이로 부끄럽게 되었습니다. 아브람은 특별하게 거룩하고 선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람을 포함한 악하고 이기적인 죄인들의 현실 속에서 자신의 나라가 이뤄지도록 일하셨습니다. 아브람이 지키지 못한 가정을 하나님이 보호하셨습니다. 아브람이 위태롭게 만든 상황을 하나님이 복을 얻는 기회로 바꾸셨습니다. 아브람이 자신의 죄와 믿음 없음을 부끄러워하고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능력을 알게 하셨습니다. 아브람의 약함과 악함을 하나님께서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아브람이 깨닫도록 일하셨습니다. 물론 우리는 아브람처럼 거짓말하고 속여도 하나님이 도와주신다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아브람은 하나님이 주신 언약, 약속을 누릴 수 있는 능력도 도덕적인 자격도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그가 복이 되도록 이끌어 가시고, 지키시고, 필요한 것들을 갖추게 하셨습니다. 아브람이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처음부터 잘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를 통해 약속을 이루시려고 작정하셨기 때문에 그가 하나님을 믿도록 일하셨습니다. 아브람의 믿음이 생겨나고 자라도록 하나님이 일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십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우리 인생의 다양한 우여곡절과 죄로 인한 부끄러움과 위험스런 일들을 사용하셔서 우리 믿음의 연약함을 드러내시고 하나님을 신뢰하도록 이끄십니다. 여러 성경의 인물들을 비롯한 예수님의 제자들도 처음에 연약한 믿음으로 교만했고, 실패와 부끄러움을 당하면서 주님을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우리가 그런 믿음의 선진, 선배들이 어떤 실수를 하면서 성숙해졌는지를 아무리 잘 안다 해도 우리 믿음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이 주시려는 믿음이 진정 나의 믿음이 되기까지는 아브람처럼 하나님이 우리도 다뤄주시고, 우리의 삶에 개입하셔서 우리 죄의 어리석음과 참혹함을 깨닫게 하시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믿음 없는 자를 믿도록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