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창세기 강해 (47) 창세기 30:25-31:13

따뜻한 진리 2023. 3. 26. 17:54

창세기 30:25-31:13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야곱이 두 아내와 자녀들을 얻는데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라반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야곱이 있는 동안 라반의 재산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라반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야곱 덕분에 자기에게 복 주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라반은 야곱을 더 붙잡아두고 싶어서 야곱에게 괜찮다면 계속 머물라고, 원하는대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야곱은 수고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고 성공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기에 라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자신이 돌보던 라반의 가축들 중 얼룩이나 점이 있는 것들은 자기 것으로 해달라고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중동지역에서 볼 수 있는 양은 하얀색이고, 염소는 검거나 진한 갈색이어서 점이나 얼룩이 있는 것은 흔치 않았습니다. 라반은 야곱이 말한 조건에 동의하고는 자기 아들들을 보내 야곱이 돌보는 가축들 중 점이 있거나 얼룩이 있는 것은 모두 데려오게 했습니다. 그래서 야곱의 가축들과 데려온 가축들의 거리를 사흘 길을 가야 할 만큼 멀리 떨어지게 했습니다. 이제 야곱에게는 얼룩 있는 가축이 없었기에 야곱이 돌보는 가축들은 다 라반의 것이었습니다. 라반은 자기에게 있는 얼룩 있는 가축들이 야곱의 가축들과 짝짓기를 해서 얼룩 있는 새끼들이 태어나지 못하게, 야곱이 가질 수 있는 가축이 생겨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라반은 지독한 욕심쟁이였습니다.

 

    라반이 점이나 얼룩 있는 가축들을 다 데리고 갔지만 야곱은 다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야곱은 버드나무, 살구나무, 신풍나무 가지를 가져다가 껍질을 벗겨 흰 무늬를 내서 양들이 물을 먹는 곳에 늘어놓고 새끼를 밴 양들이 보게 했습니다. 그것도 튼튼한 양들이 새끼를 가졌을 때만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건강하면서 얼룩 있는 새끼들이 많아져서 야곱의 재산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야곱이 재산을 늘리는 기간은 약 6년 정도였습니다. 가족을 얻는데 14년 가축 떼를 얻고 재산을 얻는데 6년을 보냈습니다.

 

    점이나 얼룩 있는 새끼들까지 다 차지하려는 라반이나, 그런 교활하고 인색한 라반의 행동을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한 야곱이나 두 사람 모두 나름 원시적인 유전학 지식이 있었습니다. 부모의 특징이 자식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라반은 눈에 보이는 점박이나 얼룩이를 없애면 그런 새끼를 낳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부모세대의 양과 염소의 겉모습이 얼룩이나 점박이가 아니어도 새끼는 그런 것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리로 그런 유전이 되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야곱은 새끼를 밴 암컷이 눈으로 점이나 얼룩을 보면 점이나 얼룩 있는 새끼를 낳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것은 공감주술의 하나입니다. 공감주술은 두 대상 중 한 쪽에 어떤 일이 생기면 다른 쪽에도 유사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미워하거나 해치고 싶은 사람이랑 똑 닮은 인형을 만들어서 바늘로 찌르고 밟는 일이 그것입니다. 또 임신했을 때 어떤 음식을 먹으면 그 색깔이나 특징이 아이의 외모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도 그런 것입니다. 우성과 열성, 형질의 발현, 멘델의 유전법칙 같은 것을 야곱이 몰랐기 때문에 그의 유전학 지식은 주술의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자신이 얼룩있는 새끼들을 얻을 것이라고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많이 얻었습니다.

 

    야곱이 불리한 조건 속에서 그런 시도를 한 것은 꿈 때문이었습니다. 31장을 보면 야곱은 자기 아내들에게 라반을 떠나 고향으로 함께 가자고 말합니다. 야곱은 라반이 자기에게 얼마나 모질게 굴었는지를 말하면서 왜 떠나야 하는지를 말했고, 다른 한편으론 떠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이 그동안 복을 주셨고 앞으로도 인도하실 분이라는 확신을 아내들에게 심어줍니다. 그래서 야곱은 일한 대가로 받기로 한 품삯, 임금을 라반이 맘대로 여러 차례 바꾸었음을 아내들에게 고발합니다. 31장 7절에서 12절을 보면 라반이 노동의 대가로 야곱에게 주기로 한 것은 바로 양과 염소였습니다. 그러니까 앞에서 점이나 얼룩 있는 가축을 자기 것으로 달라고 야곱이 제시한 것은 원래 라반이 야곱에게 일한 대가를 주겠다고 먼저 제시했던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라반이 점 있는 것을 야곱에게 주겠다고 하면 신기하게 점 있는 가축이 많이 태어났고, 얼룩이 있는 것을 주겠다고 하면 얼룩 있는 가축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야곱은 그런 일이 분명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한 대가를 받을 때가 되면 항상 라반이 야곱에게 안 주려고 자기 맘대로 약속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꿈에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그동안 라반이 한 행동을 지켜봤다고 말씀하셨고, 이제 야곱이 점 있고, 얼룩 있는 가축들을 얻게 되는 장면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하나님이 그 방법으로 재산을 늘리게 하실 줄 믿고 그동안 라반에게 자기가 당해왔던 방법을 라반에게 역으로 제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라반은 흔쾌히 받아들이면서도 야곱의 제안이 미심쩍으니 점 있고, 얼룩있는 것들을 다 데려간 것입니다. 그러나 라반의 그런 행동은 하나님의 역사를 더 부각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야곱에게 점과 얼룩있는 가축이 하나도 없던 상태에서 하나님께서 그런 것들을 얼마나 기적적으로 주셨는지 드러나게 했습니다.

 

    지나 시간 살핀 내용 중 라헬이 합환채를 다산을 위한 주술적 용도로 사용한 것처럼 야곱도 주술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들은 뭔가 초월적인 능력을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낳는 일이든, 점 있는 가축을 낳는 일이든 그것을 가능하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비록 야곱과 라헬이 주술적인 방법을 사용했지만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꾸짖지 않으셨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이 살기 위해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을 때 이방 왕들로부터 수치를 당하게는 하셨지만 그들이 부를 얻도록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신 것처럼 하나님은 야곱의 가정에도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이 아버지와 형을 속인 것에 대해 잘못을 깨닫도록 라반 아래에서 혹독한 종살이를 겪게 하셨지만 돌아갈 때가 되자 라반 아래서 수고한 것에 대해 보상을 허락하신 것입니다.

 

    야곱이 라반 아래서 고생 좀 했다고 하나님 보시기에 완전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야곱에게 많은 양과 염소를 주신 것은 그가 복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생겨서가 아닙니다. 14년 고생을 했지만 여전히 야곱은 하나님이 누구이신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고,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도 몰랐고, 인격과 지식에도 결함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느 정도 야곱의 훈련이 끝났을 때 회복의 기회, 보상을 얻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물론 야곱이 겪어야 할 인생의 시련이 다 끝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쉼 없이 고생하고 훈련만 받는다고 계속 자라고 완전해지는 것은 아님을 하나님은 잘 아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과 한계를 잘 아시는 아버지이십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남다른 고생을 했다고 해서,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 진지하게 배웠다고 해서 우리가 완벽해진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수많은 결점과 오류와 모순이 우리 안에 여전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알아가야 할 부분, 놀라며 찬양해야 할 부분은 끝이 없고, 우리의 문제도 여전히 수두룩합니다. 야곱처럼 하나님을 미신적으로 여기는 부분, 미신적인 신앙의 요소가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 때문에 하나님이 은혜를 베풀고 계시는 것입니다. 야곱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돌보신 하나님은 우리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를 돌보시고 인도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결함과 부족함이 신속히 고쳐지지 않는다 해서 불평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야곱 같은 자를 사랑하신 하나님이 나도 사랑하시고, 그들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