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창세기 강해 (64) 창세기 46:1-47-12

따뜻한 진리 2023. 7. 23. 14:07

창세기 46:1-47:12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야곱은 애굽으로 와서 함께 살자는 요셉의 제안을 전해 들었습니다. 야곱은 가족과 모든 소유를 이끌고 애굽을 향해 떠났습니다. 하지만 애굽으로 가는 일은 야곱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기근일 때 애굽으로 갔다가 아내 사래를 빼앗길 뻔했고, 아버지 이삭도 흉년에 식량을 찾아 어디론가 이동하려 할 때 하나님께서 애굽으로 가지 말라고, 가나안 땅에 머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야곱은 요셉이 애굽 총리가 되어 가족을 초청했지만 그것이 애굽으로 이주하라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쉽게 해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브엘세바에서 하나님을 예배했고, 다행히 하나님은 밤에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애굽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야곱 가족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이루는 일에 애굽이 사용될 것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칠십 명의 야곱 가족이 애굽에 도착했고 요셉은 야곱을 안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요셉은 바로를 만나기 전 형제들을 준비시킵니다. 바로가 형제들의 본업, 그동안 하던 일을 물을 때 조상 대대로 가축 기르는 일을 해왔다고 대답하라고 요셉이 일러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야곱 가족이 살기에 적합한 땅으로 고센 지역을 요셉이 생각해두었기 때문입니다. 애굽인들이 목축업을 가증한 직업으로 여겨 혐오했기 때문에 고센은 애굽인들의 도시와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도, 생활에 적합한 좋은 곳이었습니다. 다행히 바로는 고센 땅을 허락해주었고, 자기 가축들도 요셉의 형제들이 관리하도록 맡겼습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야곱을 애굽 땅에 살게 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이 자기 고향을 떠난 것처럼 야곱도 가족과 함께 모든 소유를 가지고 고향을 떠나 낯선 땅으로 옮겨왔습니다. 그 애굽 땅은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가나안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이 번성할 기름진 땅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애굽이라는 나라가 야곱 가족이 이스라엘 민족으로 커지는 터전이 되게 하셨습니다. 마치 온실 안이 일정하게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어 식물들이 잘 자라게 보호해주듯, 또 미숙한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처럼 하나님께서 애굽을 그렇게 사용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신 별과 같은 후손에 대한 약속을 사람이 상상도 못 할 방법으로 이루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요셉은 그저 바로가 허락해주는 땅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품고 가장 적합한 고센 땅을 얻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계획한 것입니다.

 

    고센이라는 별도의 지역에 야곱의 가족들이 살게 된 것은 단지 목축을 위한 것뿐 아니라 애굽인들과 섞이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의 아내를 구할 때 종을 고향으로 보내 리브가를 얻고, 이삭의 아들 야곱도 리브가의 오빠 라반의 집으로 가서 아내를 얻은 것처럼 이스라엘은 가나안 사람들과 가족이 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우상들을 숭배하는 주변 족속들과 하나가 될 수 없었고, 가나안 사람들은 언젠가 심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야곱 가족이 애굽인들과 거리가 있는 고센에서 살게 된 것은 적절한 일이었습니다. 요셉은 단지 자기 가족들이 흉년 동안 애굽에서 굶주리지 않고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번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야곱의 가족들은 아브라함 때부터 계속 목축업을 했기 때문에 바로 앞에서 형제들은 자신들의 본업이 가축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요셉은 그 당연한 사실을 형제들이 진술하는 것에 대해 주의시키고 점검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형들이 당연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은 목축업을 싫어하는 애굽 바로 왕 앞에 잘 보이기 위해 가축을 기르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왔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요셉은 애굽인들이 싫어하는 목축업이라는 히브리인의 단점을 이용해서 고센 지역을 얻으려 했는데, 형들은 자신들이 지혜로운 줄 알고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은 형제들에게 정직하게 대답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바로 앞에서 자신들이 부정하고, 멀리 두고 싶은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오히려 유익한 것임을 가르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요셉이 많은 변화를 보여준 형제들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형제들이 잘못을 반성하고 변화를 보였지만 요셉은 그들의 본성이 여전히 드러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형제들이 바로 앞에서 자기들 생각에 유리한대로 거짓말할 수 있음을 요셉은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앞에서 정직하게 말하면 된다고 준비시킨 것입니다. 요셉은 사람이 한순간 달라진 것처럼 보여도 언제든 과거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음을 예상한 것입니다. 아무리 그 형제들이 흉년 속에서 살길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고, 요셉을 통해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어도 언제든 죄의 영향을 받고 범죄하며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요셉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그들은 애굽에 사는 동안 애굽 문화에 영향을 받아 우상을 숭배하고, 하나님에게서 멀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자기 가족이 흉년 동안 보호 받으면서도 애굽인들의 영향을 덜 받는 고센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요셉 자신이 여호와 이방 문화 속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아왔기 때문에, 보디발의 아내와 같은 유혹과 각종 애굽의 타락한 문화와 종교들 속에 사는 위험을 잘 알기 때문에 장소와 공간의 중요성을 알고 가족들에게 그런 고센을 주려고 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요셉을 통해 자기 백성이 될 야곱의 가족들을 애굽 사람들과 최대한 떨어뜨려 놓으신 것입니다. 애굽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격리된 고센이라는 지역에 살게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세상 속에 살지만 적정한 거리를 두게 하십니다. 이 세상에 지나치게 몰입할 때 고통을 통해 거리 두기를 하게 하십니다. 우리가 언제든 죄인들과 죄악된 세상에 영향을 받아 하나님과 멀어질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고난을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고통을 통해 그렇게 하시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세상과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우리가 학교도 다니고 직장도 다니고 세상 친구들과의 관계와 세상 문화를 누리기도 하지만 그러나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을 따집니다. 자기 아이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 환경 속에서 장래에 도움이 되는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게 하려고 기를 쓰고 좋은 동네에 이사 가려 합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인 우리도 그런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좋은 학군으로 이사 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성도 역시 자기 신앙에 유익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 친구 만나는 것과 세상 문화와 오락이 즐거워도 그것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에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하루 중 성경을 보고 기도하는 일에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주님께 내 자신을 드리는 일과 그것을 준비하는 일에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자신의 신앙을 위해 성도는 많은 일들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고, 그들을 섬겨야 하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 없고, 그들을 닮아서도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신자들에게 전도하고 신앙적인 영향을 주고,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세상과 가까워지는 것만 중요시합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거꾸로 세상으로부터 영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놓칩니다. 진정 세상을 복되게 할 수 있는 사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을 세상에 다 주는 사람은 누구보다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를 충분히 갖는 사람입니다. 반기독교적인, 반하나님적인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은 평소에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하나님과 충분한 시간을 갖는 사람입니다. 사도 바울이나 요셉처럼 하나님을 모르는 자들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 신앙적 정체성을 지키고,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들이 오랜 시간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많은 고난을 당하면서 세상과 격리된 채 하나님과의 관계를 충분히 갖는 훈련을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