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20-21장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은 땅을 분배 받았습니다. 이어서 20장은 도피성에 관한 내용이고 21장은 다른 지파들과는 다른 것을 받은 레위 지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피성은 실수로 사람을 죽였을 때 도피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 도피성은 부지중에, 자기도 모르게 실수로 사고로 사람을 죽였을 때 피해자의 가족들이 성급하게 복수하는 것에서 보호하고 자신을 변호할 시간을 벌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단강 서편에는 남쪽으로 헤브론, 중간에 세겜, 북쪽에 게데스에 도피성을 만들고, 요단강 동편에는 남쪽에 베셀, 중간쯤에 길르앗라못, 북쪽에는 바산 지방의 골란에 도피성을 만들었습니다. 그 도피성들의 위치는 어느 곳에서든 찾아갈 때 너무 멀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와 그 수를 고려한 것입니다. 그리고 도피성으로 가는 길은 잘 닦아 놓아 피신할 때 어려움이 없게 했습니다(신19:3).
도피성이 실수와 사고로 사람을 죽인 경우 보호를 해준다는 것은 고의적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는 도피성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내포합니다. 그래서 민수기 35장(16-28)과 신명기 19장(1-13)을 보면 고의적인, 원한을 품은 계획적인 살인의 예들을 들고 있고, 그런 경우에는 도피성에 찾아와도 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부딪혀서 사람이 죽거나, 일을 하다가 도구나 물건이 날아가서 사람이 죽은 경우처럼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사람이 죽었을 때는 도피성으로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도피성은 사람이 실수로 죄를 지은 것도 죄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민수기 35장 32절에서 34절을 보면 “도피성에 피한 자는 대제사장이 죽기 전에는 속전을 받고 그의 땅으로 돌아가 거주하게 하지 말 것이니라 너희는 너희가 거주하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피는 땅을 더럽히나니 피 흘림을 받은 땅은 그 피를 흘리게 한 자의 피가 아니면 속함을 받을 수 없느니라 너희는 너희가 거주하는 땅 곧 내가 거주하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나 여호와는 이스라엘 자손 중에 있느니라”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는 이 하나님의 말씀에서 사람이 실수로 피 흘린 것으로도 죄의 오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땅을 주셨지만 그것이 완전히 이스라엘 백성들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너희가 거주하는 땅 곧 내가 거주하는 땅’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여전히 그 땅에 대한 주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암시하신 것입니다. 고의든 실수든 사람들의 죄로 그 땅이 오염되는 것을 하나님은 허용하실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도피성 제도는 이렇게 부지중에 사고로 사람이 죽었을 때에 그 일을 저지른 피의자를 보호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을 포함한 실수도 죄임을 말합니다.
그래서 도피성으로 도망쳐서 들어간다는 것은 억울한 사형집행에서는 벗어나지만 또 다른 것에 제한받는 것입니다. 도피성에 온 자는 성문에 도착하면 성읍의 장로들이 일종의 예비 재판을 해서 성에 머물 수 있고, 이후에 무죄로 입증되어도 그 때 있었던 대제사장이 죽을 때 까지 그곳에 거주해야 했습니다. 대제사장이 죽은 후에야 그 살인자는 자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이전에 도피성 영역 밖으로 나갔다가 복수를 당하면 누구도 책임을 져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피성 제도에서 대제사장의 존재가 주는 의미가 큽니다. 대제사장은 도피성에 도망 온 사람의 죄를 가려서 보호를 해주다가 자신의 죽음으로 그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다음의 21장은 레위 지파가 가나안 땅에서 얻은 것을 말합니다. 다른 지파들은 땅을 분배 받았지만 레위 지파는 땅을 받지 않고, 다른 지파들의 땅에서 한 지역을 받아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다, 시므온, 베냐민 지파에서 13성읍을, 에브라임, 단, 므낫세 지파에서 10성읍을, 잇사갈, 아셀, 납달리 지파에서 13성을, 르우벤, 갓, 스불론 지파에서 12성읍을 내주어 총 48성읍에서 레위 지파가 흩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그 48성읍 중 6성읍이 앞에서 말한 바로 그 도피성들입니다.
레위 지파는 아론의 제사장 가문을 도와 여호와의 성막을 섬기는 지파인데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다른 지파들처럼 생업을 통해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파들이 추수한 것의 십분의 일을 받게 하셨습니다. 레위 지파는 받은 것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리고, 드린 그것을 아론의 자손, 즉 제사장들이 사용하게 하셨습니다. 레위 자손들과 제사장들은 소득을 얻을 어떤 것도 없는데 하나님을 섬기면서 살 수 있도록 하신 것입니다. 13장 14절을 보면 “오직 레위 지파에게는 여호수아가 기업으로 준 것이 없으니 이는 그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드리는 화제물이 그들의 기업이 되었음이더라.” 또 33절을 보면 “오직 레위 지파에게는 모세가 기업을 주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들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의 기업이 되심이었더라.” 하나님께서는 레위 지파가 하나님 자신을 유산으로 여기고 살아가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도피성과 레위지파의 기업에 관한 내용은 서로 연관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땅을 주셨지만 그 땅의 주인은 여전히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그 땅이 죄로 오염되지 않도록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이 제시하신 기준과 방법들에 따라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땅을 분배받은 이스라엘은 그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 죄를 엄격히 다루시면서도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기억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땅이 아니라 그 땅을 주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도피성이 전제하고 있는, 하나님이 은혜로 주신 땅에서 조차 죄 지을 가능성이 있는 자신과 그 죄의 심각성을 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자신들의 기업 삼는, 유산으로 여기는 레위 지파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결국 땅의 모든 기업은 사라지지만 하나님 자신은 영원한 선물이고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주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을 사람이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사실 도피성에 들어간 자들만이 죄를 가려주는 은혜를 입는 것이 아니라 전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은혜로, 오래 참으심으로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보존 되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준에 따르면 마음으로 미워하는 것도 살인인데, 우리는 그런 죄를 부지중에 수없이 저지르지 않습니까? 율법에 따라 죄를 지으면 하나님의 땅에서 제거되는 것이 마땅하고, 은혜로부터 차단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은혜를 누리고, 예배를 드립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가 보호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건한 사람들은 이 도피성이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고 해석합니다. 죽임당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보호를 받다가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자유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살아도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깨닫도록 이스라엘에게 인간이 본성적으로 원하는 것들, 세상이 부러워하는 것들을 순차적으로 주셨습니다. 인간의 죄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런 것들이 복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리스도를 주신 것입니다. 이 세상 가장 값진 재산, 유산, 기업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 자신입니다. 예레미야애가 3장 24절에 나오는 대로 “내 심령에 이르기를 여호와는 나의 기업이시니 그러므로 내가 그를 바라리라 하도다”하는 고백을 우리가 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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