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10-11장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이스라엘이 여리고와 아이성을 차례로 얻자 위기감을 느낀 가나안 남방부족들은 서로 연합해서 이스라엘에 맞서려 했지만 기브온이 이스라엘과 조약을 맺습니다. 그러자 아도니세덱이라는 예루살렘 왕을 중심으로 가나안 남부의 아모리 족속들이 힘을 모아 기브온 성읍을 공격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기브온의 배신에 대한 보복이었고, 2절에 나오는 대로 기브온의 세력이 상당했기 때문에 그들을 먼저 쳐야만 이스라엘도 공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브온은 자신들이 위기에 처하자 여호수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번에도 여호와 하나님께서 여호수아를 격려하시면서 전쟁을 도와주시자 아모리 족속이 도망을 쳤고,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우박 덩어리를 내리셨는데, 11절을 보면 그 우박에 맞아 죽은 자들이 이스라엘의 손에 죽은 자들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또 여호수아가 태양과 달이 멈추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정말로 태양과 달이 꽤 오랜 시간 하늘에 머물러 있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천체의 기적을 일식 즉 달이 태양을 가려 어둡게 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태양과 달이 멈춰서 낮의 상태가 오래 지속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여호수아는 적들을 완전히 섬멸하기 위해서 시간을 벌어야 했는데, 그것을 하나님께 구했더니 역사상 전무후무한 엄청난 일을 하나님께서 베푸셨습니다. 이스라엘은 적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진멸시켰습니다.
10장 8절, 19절, 30절, 32절, 42절을 보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적들을 붙여주셨다, 넘겨주셨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셨다는 말이 반복됩니다. 이렇게 전쟁의 주도권을 하나님께서 쥐시고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허락하신 것임을 강조하고 있고, 그래서 여호수아는 하나님이 명령하신대로(40절) 자신들에게 넘기신 자들을 철저히 진멸했습니다.
그렇게 가나안 남부가 이스라엘에 점령되자 이번에는 11장을 보면 가나안 북쪽의 지파들이 하솔 성의 왕 야빈을 중심으로 결집을 합니다. 그 군대가 메롬 강에 진을 쳤는데, 그 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본문 4절에서는 해변의 모래와 같았다고 말합니다. 본문이 그렇게 표현한 것을 봐서는 그들이 여호수아가 지금까지 만난 상대 중에서 수적으로 가장 많은 병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격려를 받고 적들을 자신에게 넘겨주신 줄 믿고 급습을 합니다. 그리고 여호수아는 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진멸합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칼날로 쳤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타납니다.
앞의 10장에서 반복되었던 ‘하나님이 넘겨주셨다’는 표현이 계속해서 11장 6절과 8절에서도 사용되었고, 9절, 12절, 15절, 20절, 23절에서는 여호수아가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행했다’는 말도 자주 반복됩니다. 승리는 이스라엘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개입에 의한 허락하심이었고,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해서 승리를 선물로 얻은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20절을 보면 가나안 사람들의 마음이 완악해서 이스라엘에 대적한 것, 그래서 멸망하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이 완악하도록 내버려두신 것이라고, 은혜를 입지 못하게 하신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가나안 전쟁에서 너무나 순조롭게 계속 승리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가나안 족속을 이스라엘에 의해 전멸되도록 모든 것들을 섭리하셨고, 이스라엘에게 명령하셨는데, 여호수아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가나안을 치면서 성취감을 느꼈을까요? 신이신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 때문에 즐거웠을까요? 이스라엘에게 가나안을 진멸하라는 명령은 육체적으로도 고된 일입니다. 해와 달이 멈췄을 만큼 낮시간이 연장되어 종일 적들을 죽였다고 했을 때 그것은 고된 일이었을 것입니다. 또 계속되는 살육은 심리적으로도 문제를 일으켰을 것입니다. 그들이 잠시라도 칼부림 속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라도 여호수아와 백성들은 자신들이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생각했을 것입니다. 전쟁영화를 보면 군인들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을 묘사합니다. 물론 생존 본능에 따라 위해 결국은 적들을 죽이지만 그런 질문이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인간적으로는 죽일 필요가 없는 자들을 이렇게 힘들여가면서 남기지 않고 죽이며 하나님께 순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실지 고민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그저 자신들의 생존과 미래 때문에 적들을 죽였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의도가 아닙니다. 여호수아서 초반부터 하나님께서는 그런 생각을 막고 이 전쟁이 하나님의 전쟁인데, 이스라엘이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끝까지 대적하고 불순종한 가나안인들이 자신들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보며 자신들도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합니다. 그래서 10장과 11장에는 “진멸하여 바쳤다”는 표현이 6번이나 나옵니다.(10:28, 35, 39; 11:12, 21, 20) 가나안이 일종의 제물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제물은 하나님이 기분 좋게 받으시려고, 제물이 필요하셔서 사람에게 요구하신 것이 아닙니다. 제물을 통해 사람이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고백하게 하는 것에 일차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가나안인들은 자신들의 죄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일한 죄인인 이스라엘의 교훈을 위해 죽었다는 것, 즉 제사의 목적을 일부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본문이 그렇게 가나안 족속의 진멸을 하나님의 철저한 의도라고 강조한 사실은 하나님께서 가나안의 멸망을 당연하게 여기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 족속들을 그냥 진멸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생명을 가볍게 다루시지 않습니다. 아무리 짧은 시간만 세상에 머물다 가는 영혼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 생명을 통해 무거운 영향력을 미치시고, 사람이 생각지 못한 일들을 이루십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을 진멸하라고 명령하신 것은 단지 그들의 것을 빼앗아서 이스라엘에게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전부터 우상을 섬겨 왔습니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통해 하나님을 계속 알고 있었고 이스라엘이 자신들에게 가까이 올수록 이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순간도 점점 다가왔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충분한 기회를 주셨습니다. 사람이 그 기회 안에서 라합처럼, 기브온처럼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저 이 땅에서 어떻게 죽는가를 넘어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영원히 격리된다는 것을 교훈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과 이방을 차별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도 범죄하면 심판하십니다.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불순종했을 때 멸하셨습니다. 또 아간이 범죄했을 때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셨습니다. 반대로 라합의 가족처럼, 기브온 족속처럼, 신약시대 이후 이방사람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이방과 이스라엘에게 공평하십니다.
여호수아는 자기가 속한 이스라엘도 가나안 족속들과 다를 바 없는 죄인들이어서 하나님을 불신하고 대적할 수 있는 자들임을 자신의 생애 속에서 경험했습니다. 광야 1세대가 그렇게 죽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의 순종은 단지 자기가 속한 이스라엘을 위한 순종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순종이었습니다. 영적인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순종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이 그 많은 가나안 족속들을 줄줄이 물리쳤다는 본문의 기록은 하나님께서 무조건 이스라엘의 편이 되셔서 이기게 하신 정복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나안 족속에게 있어서는 하나님의 심판이었고, 이스라엘에게 있어서는 땅에 대한 약속을 하나님이 성취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가나안인들의 죄 때문에 땅을 넘겨받은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로 죄의 수준이 어느 정도에 달하면 받은 땅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은혜를 베푸십니다. 구원의 기회를 비롯해서 다양한 육적, 영적 은혜를 기회로 허락하십니다. 그때 우리는 얻은 것으로 만족과 안심만 하지 않고 언제든 잃을 수 있는 기회임을 알고 거룩한 부담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순조롭게 얻었을 때, 은혜로운 선물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더 깨어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선물은 심판의 근거가 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달란트 비유에서 책임을 물으셨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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