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역하던 한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교회 주일학교 사역자가 필요하여 지원한 전도사님을 담임목사께서 면접하였습니다. 그 전도사님은 우리나라에서 개혁신앙을 나름 대중화하는데 성공한 목사님이 목회하시는 교회에서 인턴십 과정을 이수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전도사님과 면담한 내용을 담임목사께서 저에게 말씀하시면서 이런 말씀하시던군요. '그 전도사님한테 주일학교 사역을 하게 되면 어떤 것들을 해보고싶냐고 물었더니 교리를 가르치겠다는 거야.' 그 말씀을 하던 그 담임목사의 표정은 냉소적인 비웃음이었습니다.
또 한번은 제가 사역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한 교회에 갔더니 후보자들을 면접하는데 특이하게도 기업체에서 하는 방식으로 집단면접을 하더군요. 그 교회 사역자 여러명과 후보자 여러명이 동시에 마주 앉아 면접을 했습니다. 여러가지 대화를 하던 중 역시나 맡겨진 부서에서 어떤 내용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한 사역자께서 교리교육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일 수 있지만, 면담 내용을 통해 짐작하기로는 매우 학문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교리를 가르쳤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리를 가르쳐서 사람들의 반응이 좋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개혁주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품은 교리에 대한 가치, 진리, 바른 신앙 때문에 교리교육을 하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국교회 내부에서 조차도 교리를 가르치는 것을 종교적 신념을 주입시키는 것으로, 학문적으로 수준있는 신앙을 가르치는 것으로, 머리가 좋은 일부 사람들을 위한 훈련방식으로 여기거나 합니다. 또 교리를 가르치는 사람을 시대에 뒤떨어진 감각을 가진 사람, 머리로 신앙생활 하는 사람, 교육 대상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는 사람, 수용자 중심적 접근방법에 무지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교리교육과 교리를 가르치겠다고 하는 사람에 대한 한국교회의 보편적인 인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닐까요? 아니길 바랍니다. 저의 폭 좁은 경험으로 인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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