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19-21장 김영제(하늘기쁨교회)
지난 시간에 젊은 레위인 제사장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종교적 타락을 살폈는데, 이번에도 레위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한 레위인이 첩을 데리고 살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화가 난 첩은 자기 아버지 집에 가서 넉 달을 보냈습니다. 레위인은 처가로 찾아갔고, 장인은 사위를 환대하며 며칠을 머물게 했습니다. 다섯 째 날까지도 장인은 머물라고 하자 레위인은 거절하지 못하고 머무르다가 늦은 시간에 길을 나섭니다. 장인이 하루를 더 묵고 다음 날 아침에 일찍 가라고 했지만 그는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에 자기 생각을 고수하며 출발합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레위인의 종이 가까운 여부스 성읍에서 묵었다 가자고 제안했지만 레위인은 이방 사람에게 갈 수 없다면서 베냐민 지파에 속한 기브아에 가서 거리에 앉아 있었는데 한 노인이 그들을 자기 집에서 머물게 합니다.
그런데 그 날 밤 불량배들이 레위 사람을 성폭행하려 했고, 노인은 그들을 말리며 자기 딸과 레위 사람의 첩을 대신 내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레위인은 자기 첩을 불량배들에게 넘겨주었고, 밤새 능욕당하고 돌아온 첩은 죽습니다. 레위인은 첩을 나귀에 싣고 가서 집에 도착한 후 첩의 몸을 열둘로 나눠서 이스라엘 각 지파들에 보내 사람들을 자극합니다. 처참한 것을 본 지파의 원로들이 모였고, 그 레위인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데, 6절을 보면 그는 기브아 사람들이 음행과 망령된 일을 행해서 자기 첩을 죽게 했다고 고발합니다.
이스라엘은 베냐민 지파에게 가서 기브아 사람들과 불량배들을 심판하도록 넘겨달라고 요청했지만 베냐민은 거절했고, 이스라엘은 베냐민 자손들과 전쟁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첫 전투에서 베냐민이 승리를 합니다. 두 번째 전투에서도 베냐민이 승리합니다. 베냐민 지파의 악행을 심판하려 했다가 패배한 이스라엘은 울며 금식하고 기도했습니다. 결국 세 번째 전투에서 이스라엘이 베냐민을 이겼는데, 이스라엘은 단지 전투에 나온 베냐민 남자들만을 죽인 것이 아니라 베냐민의 성읍들을 닥치는 대로 불사르고 거기 있는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끼리 싸운 그 전쟁은 누구도 이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벧엘에 모여서 자신들에게 일어난 비참한 일, 한 지파가 사라지게 된 일로 슬퍼했습니다. 다행인지 전투 중 베냐민 남자 육백 명이 도망쳐 살아남았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딸을 살아남은 베냐민 남자들에게 주지 않기로 맹세했고, 이스라엘은 베냐민 지파의 존속방법을 모색하다가 그 자리에 모이지 않은 야베스 길르앗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립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야베스 길르앗 주민들 중에 처녀 사백 명을 골라내고 나머지 주민들은 몰살시킵니다. 그래도 처녀 이백 명이 부족하자 실로에 가서 명절에 춤추러 나온 처녀 이백 명을 집단적으로 납치해서 베냐민 남자들의 아내로 삼게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난 원인으로써 본문은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왕이 없어서 사람들이 각자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했다.’고 말합니다. 17, 18장의 종교적 타락에 본문은 윤리적 타락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과 무관하게 사는 인간들도 자신과 공동체를 지키려는 현실적 필요에 따라 윤리를 만들고 지킵니다. 그것은 우리가 수업 시간에 배운 윤리 도덕입니다. 그렇게 하나님 없이 세워진 인간의 윤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첫 번째로 하나님을 거절한 인간들이 스스로 윤리를 추구하는 일은 궁극적 선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본문에는 당시 근동지방에서 아주 중요한 도덕인 방문자를 극진히 환대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레위인의 장인이 그랬고, 기브아의 노인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자기만족과 자기공로를 위한 윤리는 자신들이 잘 대하려 했던 레위인에게 불행의 원인을 제공합니다.
두 번째로 인간이 한 가지 윤리를 추구할 때 다른 윤리는 무시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브아의 노인은 손님에 대한 도덕적 예의를 다하려고 자기 딸과 레위인의 첩을 도구로 사용하려는 비윤리적 제안을 했습니다. 또 레위인은 자기를 영접해준 노인의 집안에 소란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자기 첩을 불량배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듯 넘겼습니다. 자신의 양심을 위해 어떤 윤리를 추구하려고 다른 윤리는 황당할 정도로 무시합니다.
세 번째로 인간 스스로의 윤리 추구는 악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이 악을 행한 기브아를 심판하려다가 베냐민 지파를 몰살시킬 뻔 했고, 또 베냐민 부녀자들을 전멸시키고는 남은 베냐민 남자 육백 명을 통해 대를 이어줘야 할 의무를 이행하고자 야베스 길르앗과 실로를 희생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간의 윤리들은 어떤 항목을 지키려고 할 때 다른 항목은 무시되고, 힘과 권력을 가진 자가 자기만족을 위한 도덕과 윤리를 추구할 때 힘없는 약자가 희생당합니다. 그런 인간 윤리의 한계, 인간 윤리의 타락에 의해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희생당한 대상이 누구입니다. 여자들입니다. 여러 여인들이 희생되고 특별히 레위인의 첩을 자세히 다룹니다. 사사기는 그렇게 여성들이 희생되는 배경을 분명하게 대비시키는데, 레위인의 첩과 완전히 대조되는 장면이 사사기의 처음인 1장에 나타납니다. 갈렙이 자기 딸 악사를 사사 옷니엘에게 아내로 줄 때, 딸 악사가 나귀에서 내리며 아버지 갈렙에게 밭을 구하고 물을 얻을 샘도 구해서 넘겨받습니다. 당시에 여자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께 순종하던 시절에는 사회적 약자인 여자가 나귀를 타고 와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받았는데, 하나님을 버린 시대에는 여자가 잔혹하게 취급당해서 나귀에 실려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하나님께 순종할 때 구원과 함께 인간의 진정한 자유, 평등, 박애가 이 땅에서 실현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실 뿐 아니라 삶 속에서 그것을 몸소 실천하셨고, 가르치셨습니다.
이제 사사기 전체의 주제를 정리하면 마무리 합시다. 사사기의 사사는 재판, 판단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무엇인 필요한지, 무엇이 선한 것인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 우리 삶에는 항상 판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모든 판단의 기준은 하나님이십니다. 사사기에 등장하는 인간 사사들과 이스라엘은 그런 하나님의 판단,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과 감정과 이익에 근거해서 판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약속된 땅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나님의 방법대로 순종하지 않고 자신들의 판단대로 살았습니다. 가나안 족속들을 진멸하지 않았고, 그들과 왕래하면서 그들의 우상을 섬겼고, 그들의 가치관을 답습했습니다. 사사들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불순종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 사고들을 수습하기 위해 또 자신들의 판단, 편법과 대안들을 투입하지만 더 악화 되고 악순환 되었습니다. 하나님보다 자신을 탁월하게 여기는 인간은 그냥 놔두면 스스로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것은 본래 창세기가 확인시켜주는 내용인데, 사사기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땅에 들어와서도 동일한 실패를 드러냈습니다.
과거에서 현대로 올수록 개인의 판단과 개성은 불가침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죄로 여겨졌던 것들을 더 이상 죄라고 지적하지 않는, 지적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각자가 자기의 생각에 옳은 대로 사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세상에서는 제멋대로 살아도 마지막에는 하나님의 판단을 피할 수 없습니다. 심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들이 자기감정대로, 자기생각대로 사는 악한 삶에 고통을 겪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징계와 구원을 베푸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죄 속에서 망하지 않도록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징계와 구원을 베푸십니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를 넘치게 부으십니다(롬5:20). 그래서 자기 판단을 버리고 하나님의 판단을 신뢰하게 하십니다. 예수님처럼 자기 원대로 하지 않고 오직 아버지의 원대로 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판단임을 믿게 하십니다. 영리 목적으로 설교를 스크랩, 캡처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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