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전도서 (9) (전 9:13-10:20)

따뜻한 진리 2019. 10. 6. 20:37

전도서 9:13-10:20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 지혜이지만 참된 지혜는 우습게 여겨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혜를 가진 자가 가난하고 힘이 없으면 그 지혜가 가치 있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이름 없고 힘없는 자라도 그가 가진 지혜가 탁월하다면 그런 지혜로운 사람을 알아보고 도움을 구할 줄 아는 것도 지혜인데 그런 지혜를 가진 자가 적습니다. 또 그런 지혜를 가진 사람이 지혜를 가르쳐주려 해도 권력 있는 자들, 목소리 큰 자들의 어리석은 말이 지혜자의 입을 가리는 일이 흔히 일어납니다. 그래서 9장 마지막에서 전도자는 가난한 자의 지혜가 멸시받고, 죽은 파리들이 향기름에서 썩은 냄새가 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전도자는 일평생 지혜를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지혜를 무력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자들, 부조리와 예측불가한 일들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혜를 쓸모없게 여기고 아무렇게나 살아야 합니까? 물론 세상 어리석은 자들은 세상의 부조리 때문에 지혜를 버립니다. 성경에서 오른편은 선하고 옳은 것으로 여겨지고, 왼편은 악한 것을 여겨지는데, 전도자는 지혜를 버린 자들의 마음이 왼편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자들은 아무렇게나 자기 기분에 좋은 대로, 이익이 되는대로 살아갑니다. 선을 추구하는 지혜는 쓸모없고 단지 자신의 악함과 간사함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14절에서 말하는대로 그런 일을 행하는 자들은 자신의 양심을 잠재우기 위해 말이 많습니다. 자기를 정당화하려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많고, 자기 죄를 상대적으로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말도 많습니다. 그런 자들은 핑계대고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이 많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간사함과 어리석음이 만연하지만 우리는 악을 멀리하고 선을 추구하는 지혜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전도자는 지혜를 버리지 않도록 본문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돌담을 대책 없이 허물면 거기 살던 뱀들에게 물리게 되고, 나무를 함부로 벌목하면 재해를 당할 위험이 높고, 뱀을 부리는 주술사가 뱀을 다룰 줄 모르면 물리게 되고, 게으르고 놀기만 좋아하는 왕 밑에 있는 나라는 집에 빗물이 새듯 점차 망할 것입니다. 전도자는 분명 인생에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리석은 바보가 과학적 지식, 지혜가 없어서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을 따라하다가 사고가 나는 것처럼, 도덕적 지혜를 우습게 여기는 자들은 당장 생존에서 유리한 것 같지만 결국 신뢰를 잃게 되고, 어느 순간 자기와 유사한 간사한 자들에 둘러싸여 있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 하나님께 순종하는 지혜가 없는 자들은 짧은 인생을 바르게 누리지 못하고 죽음 이후를 준비하지도 못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지혜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받아들이고 의존하는 겸손을 갖추고, 세상 악에 대한 결정적 심판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인데, 그런 지혜를 갖지 않는 자는 어리석은 것을 시도하고, 어리석은 희망에 부풀어 지내거나, 어리석은 분노에 사로잡혀 고난을 자처하게 될 것입니다.

 

    전도자는 분명 우리에게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지혜로운 자가 되라고, 지혜를 추구하라고 말합니다. 전도자가 그랬듯 옛날 사람들은 지혜를 추구했습니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동화, 속담에는 그 지혜가 녹아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되면서 사람들은 지혜보다는 지식과 합리성, 이성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것들이 이제는 조작, 통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그런 기술과 더불어 생겨난 풍족함을 가지고 쾌락에 더 깊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고대인들이 추구했던 지혜는 더 이상 추구되지 않습니다. 현대인들이 지식과 지혜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돈을 잘 벌고 성공하기 위해 습득하는 것일 뿐입니다. 자신과 세상과 현상에 대한 깊은 통찰 보다 돈과 힘 자체가 지혜가 되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누가 지혜를 추구합니까? 어린 아이에게 누가 지혜를 가르칩니까? 영악함, 임기응변 능력, 말재간, 자기포장 기술, 생존을 위한 타협과 관용만이 난무하지 지혜로움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더 이상 지혜가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보와 돈과 권력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혜가 그다지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도자가 말한 것이 정말 지혜라면, 그가 말한 것은 지금도 유효할 것입니다. 전도자가 말한대로 모든 인생이 죽음을 당한다는 것, 인생이 호흡처럼 짧다는 것, 지혜가 무용지물이 될 만큼 어리석은 자들이 판을 치고,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 세상이 그럴 수밖에 없는 죄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께서 결국 심판하신다는 것을 알고 믿는 자는 세상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통찰할 수 있고, 결국 맞이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고, 그러면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을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도자가 헛되다라고 말한 호흡처럼 짧은 인생은 불신자들에게는 헛되지만 신자에게는 헛되지 않습니다. 비록 지혜자가 허무하게 악한 자에 의해 죽임당할 수 있고, 지혜를 가지고 수고한 일이 어리석은 자들에 의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어차피 죽을 것을 생각하면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 불필요한 고생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어리석고, 기회주의적인 악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우리의 지혜가 짧은 인생 속에서 오래가는 것을 보장해주지는 못하고, 그저 잠깐 도움이 될지라도 계속 지혜롭게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것을 의도하셨기 때문입니다. 지혜의 하나님께서는 지혜가 무시되는 악한 세상 속에서 지혜를 찾고, 행하는 자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이 영원하지 않고 짧도록 하신 것, 우리가 아무리 지혜를 추구해도 죽음을 극복할 수 없고, 지혜를 추구하는 노력이 시간 속에서 허무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그 하나님의 지혜에 순종하지 않고, 죽으면 끝인데 뭐하러 힘들게 살아, 되는대로 살고 즐기면 돼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것은 반하나님적인 지혜입니다. 사탄적 지혜입니다. 인생을 허무함 아래 가두신 하나님께 끝까지 반항하는 태도입니다. 우리의 지혜와 노력이 영원한 것을 가져올 수 없어도, 죽으면 남는 것이 없는 인생인데도. 거룩하게 살고, 성실하게 살고, 선하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요구입니다.

 

    아담이 타락한 후 인간의 모든 노력과 수고는 허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어떤 노력도 구원을 가져오거나 하나님 나라를 이루지 못합니다. 그렇게 구원이 우리의 공로에 근거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나 구원받은 이후의 삶이 공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선하게 살아야 할 동기를 잃고 방종할 것을 우려해서 은근슬쩍 공로주의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전도자의 지혜, 전도자의 인생관은 사람의 기준, 나의 입장에서 가치와 의미가 있어야만 순종하겠다는 생각. 선을 추구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호흡처럼 사라지는 인생이지만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순종할 이유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우리에게 믿음이 있고, 전도자가 말하는 지혜를 잘 이해한다면 구원받기 전이나 후나 여전히 선한 삶이 공로가 아니지만 성실하고 거룩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구원 받은 자의 삶 역시 죽음 아래에서 허무할 수밖에 없고, 남길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고, 거룩하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거듭난 자는 호흡과 같은 짧은 인생에 영원히 인정받을 만한 의미, 칭찬받을 만한 공로가 있음을 발견한 자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하는 피조물로서의 자기 역할에 의미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자입니다. 하나님을 위해 지혜를 추구하는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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