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하나님이 원하시고, 백성이 바라는 왕의 등극 (사무엘하 5장)

따뜻한 진리 2020. 11. 1. 22:43

사무엘하 5장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본문 1절부터 5절은 드디어 이스라엘 모든 지파가 다윗을 왕으로 세우는 내용입니다. 1절을 보면 백성들은 자신들이 다윗의 한 골육, 즉 한 형제라는 말을 했습니다. 원문으로는 ‘우리는 당신의 뼈이고, 당신의 살입니다’라는 말인데, 이 표현은 아담이 하와에게 했던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렇게 백성들은 다윗을 왕으로 높이며 혈연관계 안에서의 친밀함과 신뢰를 표현했습니다. 또 그들은 다윗이 자신들의 목자이자 왕이 되어야 할 당위성을 말합니다. 그 근거는 다윗이 사울 때부터 자신들을 이끌면서 검증된 사람이고, 여호와께서도 약속하신 사람이라는 것입니다.(이런 논리는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기초로 사용됨) 그래서 다윗은 전 이스라엘의 장로들과 언약을 맺습니다. 이 언약으로 다윗은 자신을 세우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백성을 돌보는 책임을 다하고, 백성들은 다윗의 통치를 신뢰하고 순종해야 했습니다.

 

    6절부터는 다윗이 시온성, 즉 예루살렘을 빼앗는 장면이 나옵니다. 원래 그곳을 점령하고 있던 여부스 사람들은 다윗이 공격한다는 소식에 자만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래서 여부스 사람들은 다윗에게 “네가 결코 들어오지 못하리라, 소경과 절름발이도 너를 상대할 수 있다.”라는 말로 조롱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시온성의 빈틈을 찾아냅니다. 시온성 옆에는 기혼 샘이 있는데 거기서 취수를 해서 성안으로 물을 유입시키는 통로가 있었습니다. 다윗은 부하들에게 그곳으로 침투하게 해서 시온성을 정복합니다. 다윗은 시온성을 다윗성이라고 개칭하고, 안전한 요새를 만들어 수도로 삼습니다.

 

    11절에서는 두로왕 히람이 다윗과의 경제교류를 하면서 이스라엘에 유능한 건축 기술자와 건축 자재를 보냅니다. 그것으로 다윗은 왕궁을 짓습니다. 이것은 다윗의 능력과 이스라엘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고,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하신 일, 하나님의 은혜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13절에는 다윗의 아들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앞의 3:2-5에서 나오는 아들들의 명단에 또 다른 자녀들이 추가되는 것으로서 그만큼 다윗의 가문에 인적자원들이 많아지고 안정적이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 17절부터는 다윗이 블레셋에 대해 두 번 승리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 두 번 모두 다윗이 여호와께 묻고, 여호와께서도 구체적으로 응답하시고, 다윗이 순종하고 승리를 얻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오늘 본문 5장은 다윗이 이스라엘 전체의 왕으로 세워지면서 있게 된 좋은 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윗이 왕으로서 백성들과 언약을 맺고 기름부음을 받는 것, 40년에 걸쳐서 온 이스라엘을 통치했다는 것, 시온성 예루살렘을 수도로 얻은 것, 두로 왕과의 교역으로 다윗의 왕궁이 건설된 것, 다윗의 가족의 번영, 블레셋에 대한 승리 등 한 두 가지의 사건이 아니라 보란 듯이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울이 이루지 못했던 것들과 줄줄이 비교하듯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본문에서 든든하게 서가는 다윗 왕국에 대한 설명들은 단지 이스라엘이 번영했던 한 때를 기억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다윗의 나라가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 역할 하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12절 “다윗이 여호와께서 자기를 세우사 이스라엘 왕으로 삼으신 것과 그의 백성 이스라엘을 위하여 그 나라를 높이신 것을 알았더라”에서 그의 백성의 “그”와 그 나라의 “그”가 히브리어 원문에서도 다윗을 가리키는지 하나님인지 모호해서 하나님이 다윗의 나라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신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둡니다. 즉 다윗 왕국은 그저 이스라엘 역사의 한 때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를 예고한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에서 중요한 것은 백성들과 다윗의 언약입니다. 이 언약의 당사자는 다윗과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는 장로들입니다. 그런데 다윗과 장로들은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서로 언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선택하신 사건, 기름 부으신 사실, 즉 하나님과 다윗 사이에 먼저 맺어진 관계 속에 백성들이 포함될 것을 원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통해 이스라엘을 세우시는 일에 자신들이 순종하기로 약속을 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이 십자가 사역으로 죄인들을 구원하시고, 그 나라의 백성 삼아주시기로 한 이 언약 안에 우리가 믿음으로 동의해서 속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언약은 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언약은 쉽게 계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를 시작으로 인간과 관계하시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깨닫게 하시는 과정에서 “약속”이 중요한 방법임을 성경이 보여주고 있다고 통찰하는 것을 “언약신학”, 또는 “계약신학”이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리시고, 세상을 다스리시고,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끌어당기는 일에 언약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거래하고 협력할 때에 서로간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도록 계약을 통해 약속합니다. 그래서 계약은 약속을 필요로 하는 두 대상이 조건을 두어 서로를 묶는 방법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하실 수 있지만 언약을 사용하셔서 자신이 선택하신 백성과 관계를 맺으십니다. 하나님 자신과 사람을 하나로 묶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작에 있어서 하나님은 주로 일방적으로 언약을 맺으십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 그 계약의 필요성,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계약이 그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지면 착취이고, 속박을 위한 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이같이 어리석고 무능한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 일방적으로 언약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아담은 원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그를 지으셔서 동산을 돌보고 다스리는 책임을 부여하셨습니다. 또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이 어느 날 나타나셔서 일방적으로 복을 약속 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그 약속을 기다리지도 못했고, 또 그 언약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는지 다 보지도 못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신실하게 약속대로 일해 오셨습니다. 그런 식으로 사람 편에서 언약을 맺고자 하는 소원도, 책임지고 약속을 지킬 능력도 없지만 하나님 편에서 주도하시는 계약의 성립과 성취가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갑이신 하나님이 언약으로 사람을 이용하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인간을 섬기시고, 보살피시고, 책임지시려고 일방적인 약속을 맺으시고 실행하시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자신이 섬기기 위해 일방적으로 언약을 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언약의 동기는 사랑이고, 그 시작에서 사람은 수동적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백성인 우리가 항상 수동적인 태도로 하나님 앞에 서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아 하나님을 왕으로 인정하고, 그 다스림을 기뻐하고, 순종을 즐거워하는 백성으로 성숙하기를 하나님은 원하십니다. 바로 예수님이 그 본을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왕으로 오셨지만 철저히 아버지 뜻에 순종하는 종의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우리는 그 예수님을 본받아 예수님을 왕으로, 주인으로 알아보고, 인정하고, 순종해야 하는 것입니다.

 

    첫 아담은 하나님이 주신 언약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순종할 책임이 있었는데 그는 실패했습니다, 아담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죄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다윗도 그의 인생 전체를 볼 때 실패했지만 아담이 보여주지 못한 신뢰와 순종의 모습을 좀 더 보여줍니다. 그리고 본문에서처럼 그의 백성들이 다윗에게 나오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래서 두 번째 아담 예수 그리스도가 완성하실 이상적인 왕의 모습을 에덴에서의 첫 아담보다 다윗이 좀 더 선명하게 묘사하고 예고해 줍니다. 그리고 결국 예수님이 오셔서 언약을 성취, 완성하셨습니다. 구약의 모든 부분들이 예수님 자신을 가리켜왔음을 보이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나라를 다윗 왕과 이스라엘을 통해 미리 예고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 오늘 본문에 두신 것입니다. 이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왕으로서 등극하시는 것, 왕의 자리에 오르시는 것을 예고합니다. 다윗이 왕이 되기까지 당한 고난이 예수님을 생각하게 한 것처럼 본문은 다윗이 왕으로 세워지는 장면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백성인 우리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다윗을 왕으로 선택하신 것은 하나님이시지만 백성들도 다윗을 왕으로 인정하고 순종하는 꼭 필요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 보내시고, 왕으로 세우시지만 백성인 우리도 그 좋은 왕을 제대로 알아보고 우리를 다스려달라고 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주인으로 여길 자들을 찾고 계십니다. 자기 아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게 하십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다스림을 소망합니까? 주님의 다스림을 간절히 원하는 자들은 그 다스림을 방해하는 자신의 죄를 미워할 것입니다. 또 아들 예수께서 마침내 오셔서 이 악한 세상을 정돈하시고, 완전하게 통치해주시길 기다리고 기다릴 것입니다. 정말 애타게 기다리는 자는 주님이신 예수를 더 알고자 그분을 묘사하고 있는 성경말씀을 사랑하는 태도로 읽고 연구할 것입니다. 또한 주님이 나를 다스려달라고, 세상을 다스려 달라고, 속히 오시라고 기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