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강해 (29) 누가복음 17:20-37

누가복음 17:20-37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여러분 하나님 나라는 무엇입니까? 그 나라는 세상 나라와 비슷한 나라입니까? 또 그 나라는 언제 나타납니까? 본문에서 바리새인들이 그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가 세상의 나라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 나타나거나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 하나님 나라가 언제 오냐고 질문했습니다. 세상을 지으신 분이 육신을 입고 자기가 지은 세상에 오셔서, 자기가 지은 피조물들 앞에 서 계셨는데, 그 하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하나님 나라가 언제 이뤄지냐고 물었던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었지만 예수님은 차분히 대답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가 한 나라의 대통령 취임식이나 정부수립일 행사처럼 눈에 보이는 사건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또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그 나라는 지구 위 어떤 장소 일부를 차지하고 세워지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가 너희 안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안에’는 사람의 속에, 마음에 하나님 나라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너희들 중에’, ‘너희들 사이에’ 이미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핵심은 하나님과 그의 백성들의 관계인데, 그 관계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이미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가 너희들 중에 있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그 말씀을 듣고 있던 사람들 가운데 계셨던 예수님 자신이 하나님 나라이셨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이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가능케 하는 분, 그 나라의 중심이십니다. 즉 사람들 가운데 서 계셨던 예수님 자신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맛보고,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들의 욕심이 모두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친밀하게 알고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곳입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리, 그러나 죄 때문에 하나님과 멀어져 비참했던 우리가 구원받아서 창조목적대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높이는 일이 제대로 이뤄지는 곳이 바로 하나님 나라입니다. 아담 이후로 사람의 죄 때문에 하나님 나라가 가려져 있다가 드디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그 하나님 나라가 드러났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의 성육신 이후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종말 때에야 하나님 나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 나라가 예수님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하나님 나라는 종말, 마지막 때 완성됩니다. 그러나 없던 하나님 나라가 그때가 되어야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사는 자들이 그때에도 완성된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것입니다. 현재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과 관계있는 삶을 사는 자들이 종말 때에도 예수님이 다스리시는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사 속에서 계속 등장하는 시한부 종말론자들이나 이단들이 일상적인 신앙을 벗어난 특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고, ‘메시아가 여기 나타났다, 이 사람이 메시아다.’라고 말하는 것에 속지 말라고, 23절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번개가 번쩍하면 꽤 넓은 지역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처럼, 마지막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일시에 예수님을 알아보고 결코 부인할 수 없도록 오실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아기로 오신 초림 때에는 예수님의 정체가 가려졌었습니다. 가려졌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눈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비롯한 자기 시대, 유대지역의 사람들에게 분명히 자신이 누구이신지 가르쳐주시고, 자신을 믿도록 이적도 행하셨지만 종교지도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25절이 말하는대로 먼저 많은 고난을 받고 버림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구원을 위해 고난 당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셔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에는 세상 모두가 예수님을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구원받은 자나 구원받지 못할 자나 모두 예수님을 알아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때 예수님을 알아보는 것은 구원과 상관이 없습니다. 이미 늦은 것입니다.

 

    마지막 때가 가까워지고 징조들이 많아질수록 불안과 염려 속에서 믿음을 가지는 자들이 많아질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때가 될수록 믿음을 볼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갈수록 이 세상은 그 마지막 때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영화를 봐도 인류가 지구 종말 위기 때 과학기술을 가지고 극복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다가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을 그리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은 성경이 말하는 대로 이 마지막 때를 누구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마지막 때는 단지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우주로부터 날아온 운석이나 빙하기로 지구가 멸망하는 정도가 아니라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이 이 땅에 오시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주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성경에서 예고한 징조들이 아무리 일어나도 세상 사람들은 깨어서 준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쌓아둔 자기 소유와 탐욕에 더욱 집착할 것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위기가 찾아와도 불안과 불만과 증오를 쏟아낼 뿐 겸손해지지 않습니다. 코로나를 통해서도 우리는 그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확실한 종말의 징조들이 보여도 세상과 자기에 대해 절망하고 하나님을 찾기보다 아직 자신이 살만하면 그때를 틈타 자기 소유를 늘릴 기회, 쾌락으로 채울 기회로 삼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노아가 방주를 지을 때 사람들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롯의 가족이 소돔에서 탈출할 때 그 아내가 왜 뒤를 돌아봤는지 생각하게 하신 것입니다. 성경 계시를 통해 이 세상의 마지막을 분명히 경고하신 하나님의 뜻을 우습게 여기고 자신의 욕심대로 살고자 하는 자는 예고된 종말이 가까워져도 기회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하나님 나라를 원합니까? 하나님 나라를 원한다면 왜 원합니까?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나님 나라를 원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나라를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은 하나도 없고, 원하는 것들은 다 있는 나라로 상상하곤 합니다. 하나님 나라가 우리에게 복된 나라이지만 우리의 욕심, 이기심이 채워지는 나라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 나라는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한 나라이고, 그 하나님의 영광을 만족스러워하고, 즐거워하는 자들이 하나님과 함께 하는 나라입니다. 하나님 나라에 뭔가 좋은 것이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그 나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알고 있는 하나님을 죄가 없는 상태에서 더 풍성히 잘 알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그 나라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최고의 만족으로 여기는 자들이 앞으로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도 바르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에 등장한 불의한 청지기가 무엇이 진짜 자신을 위한 것인지를 깨닫고 주인의 명예를 위한 일을 한 것과 거지 나사로를 무시한 채로 살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처한 부자 비유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누구를 두려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 육신의 눈에 보이지 않으시지만 지금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현재 이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자가 그날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자는 어떤 징조가 있어도 준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점검해야 하고, 지금 하나님의 백성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속해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살아야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 나라 백성이며 결국에는 그 나라 백성으로서 영원히 살 것을 기억하면서 기다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