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2:8-10 (2)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이 세상은 철저히 자기 노력과 공로에 사로잡혀 있으나 죄인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구원은 사람의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집니다. 이 놀라운 구원은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 은혜에 달린 것이기에 구원받은 성도는 자신을 자랑할 수 없고, 오직 하나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이 구원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오는 것인 동시에 신자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비인격적으로, 강제로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어야 구원하십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저항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은혜이지만 또한 우리가 하나님께 손을 내밀게 하셔서 믿게 하셔서 구원하십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무엇을 믿는다고 할 때 그 믿음이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기대한 대로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합니까? 믿는 대상을 잘 알고 믿어야 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은 채 쉽게 믿는 것은 맹목적 믿음이고 속는 것입니다. 우리는 순진하고 어리석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어떤 것,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쉽게 믿곤 합니다. 믿어서는 안 되는데 어느새 믿고 있는 경우가 흔히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지 말아야 할 물건을 사기도 하고,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사기나 보이스 피싱에 넘어가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믿도록 만들려는 온갖 것들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후회와 고통을 안겨주는 것을 믿지 않고, 진정 복되고 유익을 안겨 줄 것을 믿으려면 분별력을 갖춰야 합니다. 상대가 정보와 사실을 가지고 속이려 할 때 넘어가지 않으려면 내가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런히 배워야 합니다. 평생 공부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정보와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헛된 종교들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바른 신앙의 교리들을. 바른 성경 해석을 부지런히 잘 배워야 합니다. 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믿게 되는 정서적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가장 근본적인 관계들에 충실해야 합니다. 부모와의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건강해야 정서적 결핍과 불안함으로 세상 누군가에게 잘못 의존해서 속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헛된 것에 속지 않고, 바르고 참된 것을 믿어야 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믿음으로 구원 얻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오직 믿음, 이신칭의라는 용어도 들었을 것입니다. 본문에서 바울은 사람의 행위, 자랑, 공로가 끼어들 수 없는 구원을 강조하려고 ‘그 은혜에 의하여’라고 말한 것과 함께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다’라고 말합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를 더 강조하기 위해 ‘믿음’이라는 요소를 함께 말한 것입니다. 믿도록 만드시는 하나님, 믿음 주시는 하나님을 생각하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교회 안에서는 믿음을 구원의 조건으로, 행위의 요소, 자랑 거리로 만드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물론 믿음은 작은 믿음, 큰 믿음이 있고, 성도는 미지근한 믿음이 아닌 뜨거운 확신이 있는 믿음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이 시간에는 그런 것을 다루지 않고, 거듭나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순간의 믿음, 그 믿음을 가지고 아직 어떤 헌신도 해본 적이 없는데 구원의 확신을 얻게 하는 그 믿음이 과연 어떤 것이냐를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그 믿음에 과연 자랑할 것이 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믿음을 자랑하곤 합니다. 구원이 행위가 아닌 믿음에서 나는 것이라고 알고 있어서 자기 행위는 자랑하지 않는데 믿음을 자랑하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믿음을 행위화, 공로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내가 가진 믿음이 대단해서 나를 구원해주시는 것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내 믿음이 좋아서 기도를 잘 응답해주시는 것이라고 은근히 자랑하기도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구원자인 것을 내가 의심하지 않고, 내가 확실하게 믿고 있으니까, 부인한 적 없으니까 나는 천국에 갈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 믿음의 견고함을 확인하고 안심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뭘 믿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빈약합니다. 그것은 가짜 약을 먹으면서 병이 이제 나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고, 위조된 제품을 사놓고는 이것이 정품이라고 믿으면서 성능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믿기만 하면 다 된다는 식의 태도는 자기 믿음이 구원의 근거, 능력의 근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최면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구원 얻는 믿음이 아닙니다.
인간관계에서 ‘나는 저 사람을 잘 모르지만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믿어’라는 태도는 좋은 믿음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강렬하게 믿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른 믿음은 내가 믿고 싶어서가 아니라 믿을 만한 대상에 의해 자연스레 얻게 것입니다. 상대의 성실함과 믿음직스러움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믿어져야 합니다. 믿음, 신뢰는 기본적으로 그 대상이 만드는 것이지 내가 믿겠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아무리 의심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졌더라도 그 대상이 사기꾼이면 맡긴 돈을 날립니다. 나의 믿음이 좋은 믿음, 바른 믿음인지는 믿음의 대상인 상대에게 달린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자신을 우리에게 알려주시기 때문에 믿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과 역사와 내 인생 속 사건들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나타내주시고, 성령 하나님께서 나에게 찾아오셔서 죽은 영혼을 살려주시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주시기에 믿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신실하신 하나님,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알게 되고 경험했기에, 나 같은 자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되었기에 믿음이 생긴 것입니다. 믿음이 생기도록 하나님이 일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구원 얻는 믿음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하면 이렇습니다. 믿음은 구원의 조건이 아닙니다. 죄인이 구원받고, 하나님이 자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의 공의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 뿐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행위로 구원받고자 한다면 죄에 대해 진노하시는 하나님의 기준에 따라 우리의 죗값을 치러야 하고, 하나님이 만족하실만한 100% 순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흠이 없는 완전한 삶을 살 수 없고, 완전한 순종도 할 수 없습니다. 죄인이 어떤 일을 해도 그런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존재는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하십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죗값을 치르셨고, 하나님의 법에 완전하게 순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구원의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믿음은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내가 죄인이라는 하나님의 판단을 나도 시인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나의 죄를 대속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근거로 우리에게 거저 베푸시는 하나님의 구원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믿음입니다. 믿음은 거지가 내미는 손과 같습니다. 그러니 구원받은 성도는 자신의 어떤 행위나 공로만 자랑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믿음도 자랑할 수 없습니다. 믿음은 죄로 망할 수밖에 없는 나에게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수단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구원하시려는 자에게 주시는 징표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그냥 믿으라고 요구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은 이미 오랫동안 역사 속에서 자신을 믿을 만한 분으로 증명하셨지만 우리 각자의 인생 속에서도 인내하시면서 자신을 증명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하나님과 하나님의 약속을 알면서도 이 세상 사람들의 방법이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해서 딴 길로 가기도 하고, 자기 방법대로 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렇게 해보도록 기회를 주십니다. 그래서 믿음 없는 자가 당장은 세상이 믿을만하게 보여 그길로 가서 자기가 기대한 세상에서 성공을 해도 공허하고, 실패를 맛봐서 후회하며 결국 하나님이 하신 말씀이 옳구나, 하나님만이 답이시고 믿을 수 있는 분이구나를 깨닫는 과정을 허용하십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은 자신을 믿도록 일하십니다. 믿음은 우리 안에서 생겨난 것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성경 인물들에게 그런 방법으로 자신을 믿게 하셨습니다. 아브라함, 야곱, 요셉, 모세, 다윗 등 여러 인물들에게 하나님 자신을 믿도록 나타내셨습니다. 그들의 믿음은 변덕스럽기도 했고, 결함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믿음을 보이다가도 저 사람이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자인가 싶을 정도로 인간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죄를 짓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불신과 배신을 당하시면서도 인내하시면서 자신의 언약 상대가 온전한 믿음을 가지도록 섭리하셨습니다.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이끄시면서 믿음이 생겨나고, 자라게 하셨습니다. 그들이 믿음이 불완전했지만 구원하시고, 사용하셨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완벽하고 훌륭하고 대단해서 구원해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믿음을 가졌어도 그 믿음 역시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훌륭한 것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신 하나님이 훌륭한 분이십니다. 인간의 믿음은 부족합니다. 결함이 많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성도 안에 있는 믿음을 귀하게 여겨주시는 것입니다. 이 시간에 전한 내용들은 믿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받습니다. 하지만 나의 믿음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게 하시는, 믿을 수밖에 없도록 일하시는 하나님이 우선시 되고, 높임을 받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잘것없는 믿음이지만 이 믿음을 칭찬해주시고, 구원해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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