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1-5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구약성경의 처음 다섯 권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오경이라고 하는데, 신명기는 그 중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나머지 책들의 핵심을 반복하는 동시에 중요한 해석을 제공합니다. 신명기는 교회 안에서 잘 설교되어지지 않는 본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성경 속에서 신명기의 위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자기 시대의 왕과 백성들의 상태를 진단하고, 바른 신앙을 도전할 때 신명기의 율법이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신명기의 구절들을 암기하셨고 인용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광야에서 시험 중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실 때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라는 신명기의 내용을 언급하셨던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신약의 저자들 역시 신명기를 중요하게 인용하고 있는데, 약 80번 정도 됩니다.
신명기(申命記)의 뜻은 ‘다시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했다. 다시 선포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기록하고, 선포했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 즉 율법을 들은 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언제였습니까? 바로 출애굽 후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율법을 주셨을 때입니다. 그런데 왜 모세는 다시 신명기의 말씀을 설교했습니까? 왜냐하면 처음 그 말씀을 들었던 백성들은 40년간의 광야 생활 동안 다 죽었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신명기 설교를 들었던 회중은 광야에서 태어난 2세대였습니다. 그들 중에는 부모세대가 겪은 애굽과 홍해에 대한 기억이 없는 자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환경. 약속된 땅 가나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모세는 더 이상 그들과 함께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가 과거의 불순종을 반복하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온전히 누리도록 모세가 간곡하게 호소한 것이 신명기입니다. 신명기는 모세가 죽음을 앞두고 백성들에게 남긴 유언적 설교입니다.
그래서 신명기 전반부에서 모세는 그들의 부모세대가 그 순종에 실패했던 것을 지적합니다. 본문 2절이 말하는 대로 열 하룻길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하나님을 원망하고, 그분을 신뢰하지 않고, 그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십년 동안 광야에서 돌다가 죽었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새로운 세대가 두려움 때문에 기계적인 의무감으로 율법에 순종하도록 요구하지 않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신실하심, 하나님의 자비를 깨닫도록 설명했고, 그런 하나님의 백성다운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율법에 순종해야 할 것을 말했습니다.
모세는 지난날의 율법을 단순히 반복한 것이 아니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신명기는 새로운 땅을 얻기 위해 어떻게 전쟁을 수행할지, 가나안 땅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먹고 살지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모세가 신명기를 통해 가르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얼마나 신실한가에 따라 복을 누릴 수도 있고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세는 백성들이 실패한 과거를 반성하면서 다시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그분이 어떤 분이시며 우리에게 어떤 태도와 삶을 원하시는지를 기억하고 순종하라고 말합니다.
그 순종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율법들로 구체적인 항목들을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신명기 속에서 십계명을 포함한 율법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문자적으로 지켜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율법 속에 담겨진 의도와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살필 것입니다. 우리는 율법이 딱딱한 것, 우리를 얽매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율법을 주신 목적은 단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율법은 그것이 요구되는 삶의 구체적인 상황, 사건들과 인간관계 속에서 하나님을 기억하고 신뢰하도록 일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우상숭배와 불법, 악행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생각하고 순종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면 율법을 지키려는 마음이 생겨날 수 없고, 억지로 지켜도 지킨 것이 아닙니다. 모세는 백성들이 하나님을 아는 것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율법을 합당하게 여기고 순종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명기가 무엇보다 하나님 자신에 대해 집중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신명기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성품을 풍성하게 드러냅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율법의 의도를 알려면 먼저 하나님이 누구이신지에 대해 인격적으로 알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신뢰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그 하나님을 나의 존재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열정이 있을 때에만 율법의 의도를 안 것이고, 진정한 순종이 가능합니다. 율법의 요구에 충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율법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않습니다.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믿어 구원받은 자는 자기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율법을 통해서도 알게 됩니다. 율법에 하나님의 속성, 성품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율법이 요구하는 거룩은 우리 자신의 죄성과 한계를 깨닫게 함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바라보게 합니다. 즉 율법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구원의 은혜를 더욱 깊이 발견하게 만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게 하고 성도를 겸손하게 만들어 예수님께서 요약하신 율법의 정신대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그런 의도가 신명기 안에 모세의 음성으로 절절히 녹아 있습니다. 신명기 마지막에는 모세의 죽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본문 1절에서 5절 사이에 나타나는 지리적 정보와 시간적 정보들을 종합할 때, 모세의 신명기 설교와 그의 죽음과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간 것은 약 2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모세의 음성이 귓전에 남아있고 순종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할 때 여호수아를 따라 약속의 땅으로 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기 위해 계속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들어야 합니다. 영리 목적으로 설교를 스크랩, 캡처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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