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3:12-29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요단강 동쪽으로 올라오던 중 헤스본 지역과 바산 지역을 정복하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12지파 중 르우벤 지파, 갓 지파, 므낫세의 반 지파가 그 땅들을 분배해 달라고 모세에게 요구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민수기 32장에 따르면 모세는 그 요구에 매우 화를 냅니다. 그 지파들은 자신들의 땅을 먼저 확보한 후 요단강 서편으로 건너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그 지파들이 여자와 아이들만 그 땅에 정착시키고 남자들은 가나안 땅 정복을 마칠 때까지 다른 지파들과 동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게하고 땅을 분배해 주었습니다.
모세가 이 이야기를 한 것은 먼저 선물을 받은 두 지파 반이 계속해서 동행하도록 다짐케 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두 지파 반에게 땅을 주신 것처럼 앞으로 요단강 넘어 가나안에서도 땅을 선물로 주실 것임을 믿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땅을 주실 것입니다. 핵심은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땅을 얻었느냐 못 얻었느냐가 이스라엘 공동체의 목적이 된다면 가나안 땅에서의 싸움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요단강 동편의 땅을 먼저 확보한 지파들은 그런 의미에서 벌써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것입니다. 그것은이스라엘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의미를 퇴색시켜 김을 빼고, 다른 지파들이 불만을 품게 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민수기 32장에서 그들의 요구가 하나님께 엄청난 반역으로 여겨져서 다시 광야에 버리실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기까지 했습니다. 몇 지파 때문에 전체가 심판을 받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공동체 전체가 함께 순종해야 함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인간적인 계산으로 이탈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모두가 가나안 땅에 함께 갈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이렇게 요단강 동편 땅을 분배받은 지파들의 이야기에 이어 모세는 자신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모세는 가나안 땅이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거절하셨고, 단지 비스가 산에 올라가 그 땅을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분명한 이유는 본문 26절과 1장 37절에 나온대로 하나님의 진노 때문입니다. 광야 가데스에서 백성들이 물이 부족해서 불평했을 때 모세가 지팡이로 바위를 두 번 치면서 화를 낸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 것 때문입니다(민 20장). 혈기를 부린 모세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백성들의 죄가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문 26에서 모세는 ‘너희 때문에’라고 말하면서 백성들 때문에 자신이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죄를 가볍게 다루시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너희 때문에’는 단순히 모세가 백성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킹제임스 성경을 보면 ‘너희들을 위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하나님의 진노 때문만이 아니라 백성들을 위한 것이고, 모세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신약에서 유대인들에게 모세가 어떤 존재인지 나타나지만 모세는 이스라엘에 의해 우상화될 위험성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백성들을 위하여 서로를 떼어놓으신 것입니다. 그리고 28절에 나온대로 모세의 후계자인 여호수아가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이스라엘 이끌도록 그의 리더십을 위해서입니다. 또 하나님께서는 그동안 백성들을 위해 모세가 고생한 것을 아시기에 가나안의 전쟁 상황에서 말년을 살기보다 안식 가운데 죽음을 맞이하고 가나안 땅보다 더 나은 하늘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셨을 것입니다. 그렇게 백성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이끌다가 이제는 뒤에 남겨질 모세를 생각하며 그의 마지막 말을 집중해서 들었을 것입니다.
모세는 본문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요? 율법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백성들이 어떤 자세를 갖게 하려고 가나안 동편 땅을 분배받은 지파들 이야기와 자신이 가나안 땅에 함께 가지 못하는 이야기를 했을까요? 그 이유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우리는 개인적으로 반응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공동체적인 순종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개인적 신앙이 중요하지만 전체 공동체가 하나님께 순종하는 일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가나안 동쪽 땅을 먼저 분배 받으려 한 지파들은 부족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지파들은 땅을 먼저 확보했지만 자신들의 것을 이미 확보했다고 해서 공동체적인 순종에 불성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세가 말한 것입니다. 동일한 관점에서 모세는 모범을 보였습니다. 비록 모세의 개인적인 소원을 하나님께서 거절하셨지만 그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 뜻에 따랐습니다.
한 인간은 부분적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하나님만은 전체를 보시고 이끌어 가십니다. 그래서 한 개인이나 부분적인 공동체는 성숙할수록 나 자신과 내가 속한 더 큰 전체 공동체의 신앙 성숙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자신의 소원을 거절하신 하나님을 말하면서 실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하시는 하나님을 철저히 신뢰하면서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4장 7절을 보면 모세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그에게 기도할 때마다 우리에게 가까이 하심과 같이 그 신이 가까이 함을 얻은 나라가 어디 있느냐”라고 말했습니다.
내 소원과 욕망을 이루는 것이 신앙의 목적이 아니라 나의 믿음과 헌신과 순종을 통해 전체가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 그것이 율법이 요구하는 것 중 한 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이 개인이나 일부의 문제로 인해 공동체 전체가 고통을 겪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아간, 다윗의 범죄). 개인이나 일부 지파는 자신들의 죄나 불순종이 부분의 잘못으로 끝나지 않고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하고 율법에 순종해야 합니다.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을 알게 되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되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길을 지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단순히 전체를 위해 개인들이 희생하고, 무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는 것 같고, 거절하시는 것은 우리 가족이나 교회나 더 넓은 범위 안에 있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그러신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내가 그토록 원하는 어떤 것보다 더 내게 필요한, 내가 깨닫지도 못한 더 근본적인 소원을 반드시 해결해 주십니다. 하나님만이 개인과 전체를 궁극적으로 동시에 복되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런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이 주신 말씀들에 순종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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