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언약으로 보는 성경(6)- 은혜언약

따뜻한 진리 2021. 2. 28. 19:47

 

 

창세기 3:1-24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우리가 있는 이 우주와 지구는 삼위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는 모형들이고, 그중에서도 우리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가장 영광스러운 피조물입니다. 모든 피조물들은 하나님에 의해 만들어졌으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존재하고 헌신해야 하는 암묵적인 언약관계에 있습니다. 그중 아담은 그런 암묵적 언약 뿐 아니라 모든 인류의 대표로서 명시적인 언약도 하나님께 받았습니다. 그것은 선악과를 증거물로 둔 행위언약인데 아담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임무를 확인하고,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순종해서 인정받아야 하는 책임을 가졌습니다. 이 행위언약 안에서 아담은 자신의 공로로 하나님 닮은 것을 잘 드러내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자신도 영광스러워 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뱀이 여자를 통해 아담을 넘어뜨려서 하나님의 언약을 어기도록 했습니다. 하나님은 아담과 여자에게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허락하신, 배려가 깊으시고 너그러우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동산의 모든 열매를 먹지 말라고 하셨었냐?’라고 뱀이 한 이상한 질문은 여자가 하나님을 의심하고 인색한 분으로 여기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뱀은 자신이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위하는 척 선악과의 의미를 설명했는데, 하나님이 선악과를 못 먹게 하신 것은 ‘사람이 하나님보다 못한 상태로 계속 있게 해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신도 품게 했습니다. 선악과는 사람이 자기 판단보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순종하게 하는 법이었지만 결국 사람은 자기가 판단 기준이 되려는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하와는 하나님이 금지하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남편 아담에게도 주었습니다. 이렇게 뱀 즉 사탄이 여자에게 접근해서 하나님을 불신하고 선악과를 먹게 한 것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버리고 사탄 자신과 언약을 맺게 한 것입니다.

 

    원래 사람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자신이 하나님을 닮았음을 발견하면서 순종으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해야 했는데, 사탄이 사람과 언약을 맺음으로 사람은 사탄을 닮게 되고 사탄에게 순종했습니다. 닮음과 순종의 대상이 하나님에서 사탄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사람은 죄로 인해 여러 관계들을 잃게 됩니다.

 

    첫째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잃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과 함께 동산을 거니시던 하나님을 이제는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8절을 보면 ‘그날 바람이 불 때’는 ‘영이 가까이 올 때’로 번역하는 것이 옳습니다. 창조 때 수면을 운행하시고, 이스라엘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영이 동산에 내려오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자신들을 찾으시자 남자와 여자는 그 하나님이 두려워서 숨었습니다. 사람은 하나님과의 교제를 기다리고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시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잃었습니다. 2장 25절을 보면 범죄하기 전 그들은 벌거벗었지만 서로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나 서로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하는 형상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품은 인간은 자신이 하나님을 닮은 것을 수치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나뭇잎으로 몸을 가렸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원래의 형상보다 나뭇잎이라는 자신의 행위로 얻은 것으로 자기를 치장하게 되었습니다.

 

    셋째는 다른 피조물들과의 관계가 깨어졌습니다. 원래 지상의 피조물들은 사람을 위해 존재했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 돕는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람은 서로에게 죄의 원인을 돌립니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어찌해서 선악과를 먹었느냐고 물으시자 아담은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하게 하신 여자가 주어서 먹었다고 말합니다. 아담은 언약을 어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기보다 자기에게 아내를 주신 하나님을 원망한 것입니다. 책임을 아내와 하나님께 떠넘긴 것입니다. 아담은 단지 아내와의 관계만 깨진 것은 아닙니다. 피조세계가 사람을 적대시합니다. 땅은 사람이 수고한대로 좋은 결과를 내주는 대신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어 사람이 고생해야 겨우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뀝니다. 땅을 다스려야 할 아담은 흙으로 돌아가 결국 땅에 삼켜집니다. 땅 뿐만이 아니라 모든 환경이 사람에게 혹독한 곳으로 바뀌게 됩니다. 두 사람은 에덴에서 쫓겨나 그런 환경에 처하게 됩니다.

 

    이렇게 범죄한 사람에게 하나님은 지체하지 않으시고 즉시 대책을(이미 계획된) 보여주십니다. 14절을 보면 하나님은 뱀을 저주하셨습니다. 뱀은 평생 배로 기어다니면서 흙을 먹어야 할 뿐 아니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뱀이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신 것은 앞에서 말한대로 뱀이 사람과 언약관계를 맺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 관계가 이뤄질 수 없도록 둘 사이를 적대적인 관계로 바꾸신 것입니다. 특별히 여자의 후손도 뱀과 원수관계가 되어 뱀은 그 후손의 발꿈치를 상하게 하지만 그 후손은 뱀의 머리를 밟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실 것을 약속하신 것입니다. 사탄은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와서 죄인들을 위해 대신 죽임당하고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마태복음 1장에서 예수님의 계보가 보여주듯 그 아들은 마침내 오셔서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죽임당하는 일에 순종하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사탄의 머리를 밟으셨습니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산의 이름은 골고다인데 그 뜻이 해골입니다. 여자의 후손 예수님께서 사탄의 머리, 그 두개골을 밟으신 것이 그 장소의 이름에서도 상징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여자에게 그런 후손을 약속하신 것은 사람의 범죄로 인한 두렵고 비참한 결과가 영원히 계속되지 않고 분명히 해결될 것을 약속하신 것입니다. 그것은 복음이었습니다. 사람이 행위언약을 깨뜨렸지만 하나님은 은혜언약을 주셔서 구원하실 계획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담은 그것이 복음인 줄, 하나님이 주시는 구원의 방법인 줄 믿었습니다. 아담의 그 믿음은 여자의 이름을 하와라고 짓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하와의 뜻은 ‘생명’인데 아담이 아내에게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후손이 마침내 오셔서 죄로 인한 죽음의 저주를 뒤집을 것, 생명을 주실 것을 믿고 소망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담의 그 믿음의 고백에 이어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것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죄인들을 결코 보호해 줄 수 없는 나뭇잎을 없애시고, 그들을 위해 피흘리고 죽임당한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히신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의 죄를 대신해서 동물을 희생제물로 드리는 제사제도를 예견하는 것이고,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옷을 입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본문은 에덴에서 일어난 타락을 말하고, 그 죄의 당사자인 사탄과 사람이 심판을 받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심판은 단지 에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종말 때 일어날 최종 심판을 예고합니다. 그 때 사탄과 그를 닮은 자들은 영원한 형벌 속으로 던져지고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로 덧입혀 구원받을 것을 여기서 이미 보여줍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선악과를 두고 경고하신대로 죄를 분명히 죽음으로 다스리셨습니다. 그래서 아담과 하와를 비롯해 모든 인간은 영적으로 죽은 채로 태어나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며 최종적으로 완전한 죽음의 여부를 선고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은 그 비참한 최종결말을 연기하시고, 구원의 길을 마련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여자의 후손에 대한 약속과 가죽옷으로 어떻게 죄인이 구원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은혜언약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은혜언약이 즉시 성취되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하게 하셨습니다. 여자는 아이 낳는 고통을 겪고, 남자는 고생스럽게 일해야 함을 말씀하신 것이 그것입니다. 죄 때문에 즉시 대가를 치러야 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잃었지만 여전히 생명을 낳고, 자기 행위에 보람을 느끼는 하나님 닮은 일을 유사하게 행하면서 살도록 시한부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구원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허락된 은혜이기 때문에 일반은총, 일반은혜언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일반은혜언약은 구속은혜언약과 달리 구원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베풀어지는 은혜입니다. 일반은혜언약은 구속은혜언약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얻도록 타락한 세상을 당분간 지키시겠다는 하나님의 의지입니다. 이 일반은혜언약이 허용된 시간동안 약속된 후손 그리스도가 이 땅에 구원주로 오셨다가 심판주로 다시 오시고, 또 선택하신 자들이 태어나 구원받을 기회를 얻습니다. 그러므로 구속계획이 성취되면 일반은혜언약은 마지막 때 종료됩니다.

 

    여러분은 오늘 본문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라고 생각하게 됩니까? 하나님은 뱀의 유혹 속에서 여자가 의심했던 대로 냉혹하게 군림하는 하나님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원래 범죄 후 즉시 죽음과 영원한 저주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셔서 자기 피조물을 끝까지 책임지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담이 범죄하여 행위언약을 깨뜨린 후 즉시 구속은혜언약과 그 구속을 다 이루기까지 타락한 세상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일반은혜언약을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창조와 종말 사이에서 역사라고 불리는 현재의 시간, 우리의 인생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고, 시간 속에서 하나님이 약속들을 어떻게 지키시는 지를 보면서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순종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행위언약을 통해서 아담을 영광스럽게 하시려 했던 하나님은 아담이 죄를 범한 후에도 은혜언약을 주신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