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2:1-19 김영제 목사 (하늘기쁨교회)
아브라함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립니다. 하나님께서는 범죄한 아담과 하와에게 구원은혜언약과 일반은혜언약을 주셨는데, 홍수사건을 통해서는 일반은혜언약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주셨다면 아브라함을 통해서는 구원은혜언약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아담과 하와에게 약속하신 그 여자의 후손이 어떻게 죄 문제를 해결하고 구원의 길을 열 것인가를 모리아산에서 아브라함과 이삭을 통해 모형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원래 이름은 아브람이었습니다. 아브람의 아버지는 데라였고, 데라는 노아의 아들 셈, 함, 야벳 중 셈의 후손입니다.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는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나 가나안으로 가려 했지만 하란에서 죽게 됩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그가 세상의 복이 되게 하셨습니다. 땅의 모든 족속이 아브람을 통해 복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람은 아버지가 가고자 했던 가나안에 정착했고, 하나님께서는 그 가나안 땅을 아브람의 후손들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12:7).
아브람은 기근이 찾아와 살기 어려울 때 애굽으로 갔습니다. 아내 사래가 엄청난 미인이라 아브람은 애굽 왕이 자기를 죽이고 아내를 빼앗을까봐 아내를 자기 누이라고 속입니다. 예상대로 애굽왕은 사래를 궁으로 불러 아내로 삼았고, 아브람에게 노비와 가축들을 선물로 줍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애굽왕의 집안에 재앙을 내리시고, 아브람의 누이인줄 알았던 여자가 아내인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애굽왕은 아브람의 가족들을 애굽에서 나가게 합니다. 애굽에서 얻게 된 많은 재산이 불어나자 갈등이 생겼고, 아브람과 조카 롯은 서로 떠나야 했습니다. 롯은 요단땅을 선택하고, 아브람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땅에 계속 살게 됩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눈에 보이는 가나안 땅을 후손에게 주리라고 또 약속하셨습니다(13:15).
그런데 롯이 살던 소돔과 고모라가 다른 나라들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아브람은 318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가서 롯을 구하는 일이 있었고, 이후 15장을 보면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하늘의 별을 보여주시면서 이전에 약속하신 자손과 땅을 또 다시 약속하셨고, 아브람이 그것을 믿자 하나님은 그 믿음을 의로 여기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약속하신 내용을 반드시 지키시겠다고 맹세의 의미로 암소와 암염소와 비둘기를 쪼개 그 시체 사이를 지나가셨습니다. 그것은 약속을 만약 어긴다면 자신이 쪼개진 동물들처럼 될 것이라는 자기 맹세였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많은 후손을 약속하셨지만 아내 사래는 오래 전부터 아이를 한 명도 낳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86세인 아브람은 여종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낳았습니다. 13년 동안 침묵하시던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오셔서 이스마엘은 약속한 아들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99세가 된 아내 사래를 통해 약속한 그 아들을 주실 것이라고 하나님이 말씀하시자 아브람은 당연히 믿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람과 사래의 이름을 각각 아브라함, 사라라고 바꿔주셨고, 이스마엘을 비롯한 아브라함의 모든 남자들에게 할례를 명령하셨습니다. 할례는 하나님이 약속한 후손이 인간의 능력과 혈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구원이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서 온다는 것을 생각하도록 몸에 남기는 표시였습니다. 그런 할례를 통해 아브람이 깨닫게 하신 후 하나님은 아이를 결코 낳을 수 없는 늙은 아브라함과 사라를 통해 아이를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아브라함과 사라는 100세에 이삭을 낳습니다. 사람의 방법으로 낳을 수 없는 기적적인 탄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삭이 점점 자라 나무를 지고 산을 오를 만큼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그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그런 명령을 하신 하나님께 수많은 질문을 품고 괴로웠겠지만 하나님을 신뢰하고 순종했습니다. 아브라함은 모리아산으로 이삭과 함께 올라가 제단을 준비한 후 그 귀한 아들을 번제로 바치기 위해 칼로 찌르려 했고, 그 순간 하나님께서 막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준비하신 숫양으로 대신 제사를 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요구하신 일은 하나님 자신이 하실 일을 아브라함을 통해 예고하신 것입니다. 리허설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들 이삭은 하나님의 뜻을 다 알지 못했지만 그저 믿고 순종함으로써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보여주는 모형 역할을 했습니다. 성부가 죄인들을 위해 아들을 죽게 하시고, 아들 성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셨는데, 그 일을 실제로 이루시기 전 아브라함과 이삭을 통해 미리 보이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 의미를 더 분명히 보여주시려고 양도 준비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구약의 선지자들과 세례 요한에 의해 그 어린양,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불리신 것은 하나님께서 이삭을 대신할 어린양을 준비하셨고 그 양이 예수님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드리려 했던 모리아산은 이름이 바뀌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골고다 언덕이 됩니다. 아브라함의 삶은 아담과 하와에게 약속하신 여자의 후손이 어떻게 오시고 어떤 일을 하실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시는 과정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아들의 희생으로 죄인인 나를 구원하시구나를 깨닫게 하는 하나님의 열심이 나타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브라함 언약은 구원이 사람의 능력이나 행위에 달려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주권과 일방적인 결정에 달려있음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죄인의 구원이 하나님께 달린 것이니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해야 한다는 요청이었습니다. 믿음을 요구하는 하나님의 행위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앞서 이스마엘을 낳은 아브라함에게 오셔서 언약을 맺으실 때에 쪼갠 짐승들 사이로 지나시며 언약에 대한 책임을 오직 자신에게만 돌리신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이 짐승들처럼 이렇게 찢기겠다는 무서운 자기저주를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표현된 맹세는 십자가에서 예수님 의 몸이 찢기고 죽는 것으로 성취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이 무엇인지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땅과 후손은 일차적으로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가나안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육신적 후손들인 이스라엘이 살 땅 가나안에서 먼저 살았고, 첫 후손인 아들 이삭도 낳았습니다. 그의 자녀들은 큰 민족, 백성들이 되었고 그들은 가나안 땅에서 위대한 왕국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땅과 후손의 궁극적 의미는 영적 후손과 하나님 나라를 의미합니다. 15장 6절에서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라고 말하듯, 또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르듯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받는 모든 사람들의 조상이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의 언약은 최종적으로 영원한 주님의 나라라는 땅에 믿음으로 구원받는 후손들과 함께 거할 것을 약속받은 것입니다.
할례 역시 그런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하나님께서 요구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낳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그 상징으로 할례를 행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런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진 공동체를 이루도록 종이나 이방인에 상관없이 아브라함의 부족 안에 있는 모든 남자들에게 할례를 요구하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는 것은 사람의 행위나 능력이나 혈연이나 인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상 누구든지 믿음으로 되는 것이기에 아브라함은 세상 모든 민족의 아버지가 되고 복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열방, 즉 모든 민족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구원 얻는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 민족의 누구든지 아브라함처럼 그리스도를 온전히 믿는 것으로 구원 얻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은 모든 믿는 자들의 본보기, 믿음의 조상이 됩니다.
아브라함은 우상이 가득한 도시에서 살았고, 아내를 팔아가면서 자신의 안전을 추구하는 자였고, 자기 조카를 위하는 자였고, 자기 혈통을 지키려고 여종을 이용해 이스마엘을 낳았던 보통의 자기중심적 인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이 그에게 가나안 땅과 많은 후손들을 주신다고 하니까 인간적인 차원에서 이해했고, 100세에 아이를 주신다고 하니까 웃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복은 이 땅에서의 복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구원의 복,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복, 하나님을 아는 복입니다. 하나님을 모른 채 자기만 알고 사는 인간에게 하나님이 어떻게 찾아오셔서 삶에 개입하시고 하나님을 믿게 만드시는지가 아브라함을 통해 본격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의 일하심은 그의 자녀 이삭과 야곱의 삶에도 나타났고, 이스라엘이라는 큰 공동체를 통해서도 나타났습니다. 아브라함을 믿게 하신 하나님은 믿음으로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게 하실 자들도 믿게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겪을 애굽의 삶을 아브라함에게 미리 알려주신 것입니다(15:13-14). 너의 후손들도 내가 다룰 것이라고 알려주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그러셨듯이 이스라엘에게도 모든 민족에게도 하나님과 무관하게 살던 이방인인 우리에게도 하나님은 찾아오셔서 복음을 듣게 하시고,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삶 속에서 역사하셨듯,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 자신이 주권자이시고 구원자이심을 경험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처럼 우리도 믿음으로 구원 얻도록 일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그 약속을 우리에게도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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